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올 3분기 기준 LG전자 현직 등기임원(사외이사 제외)의 재직기간이 평균 9년인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등기임원의 재직기간이 평균 3년에도 미치지 못한 것과 대조적이다.
반면, 삼성전자 현직 등기임원은 평균 2년11개월 가량 재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 등기임원 재직기간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올 3분기 기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3년7개월로 가장 오래 재직 중에 있으며, 윤부근 CE(소비자가전)부문 사장, 신종균 IM(IT·모바일) 부문 사장,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사장)은 2년 7개월째 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이 같은 등기임원 재직기간 차이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기업문화를 엿볼 수 있다.
흔히 삼성전자는 빠른 판단과 성과를 중시하는 반면, LG전자는 사람간의 화목을 중시하는 ‘인화(人和)’의 기업문화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는 신입사원 교육 때부터 ‘인화’ 가치를 제1의 핵심가치 및 경영철학으로 강조한다”며 “이 때문에 성과주의 보다는 가족적인 분위기가 커 타사에 비해 임원 재직기간이 더 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칼 같은 면이 있다”며 “삼성은 성과주의가 강하다 보니 관리, 기술, 실적 등이 중요시 된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 같은 기업 분위기를 바탕으로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를 단행해 왔다.
지난해 사장단 인사에서는 CE부문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와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메모리사업부 등 실적이 좋았던 부문에서 사장 승진자가 나온 반면, 나머지 분야는 조용했다.
올해는 스마트폰 사업 실적이 부진해 IM부문 수장 신종균 사장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부진한 실적에 대해 빠른 조치를 취해온 만큼, 업계 관계자들은 일찌감치 IM부문 사장 교체, 무선사업부 인력30% 감축 등 문책성 인사를 전망하고 있다. 신 사장은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 외에도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 사장의 거취도 다음달 초로 예상되는 사장단 정기 인사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인화’의 LG전자는 실적이 부진하더라도 임기 중에 있는 대표를 교체하는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성과보다는 사람 중심의 인사를 실시한다.
단적인 예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취임 이후 가전 부문을 제외한 모든 사업에서 큰 폭으로 하락한 실적을 거뒀지만 5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실제 구 부회장 취임 이후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LG전자와 삼성전자의 1인당 영업이익은 최소 5.3배에서 최대 22.9배의 격차로 벌어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람을 중시하는 LG의 기업 분위기가 향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