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일본 정부에 따르면, 올해 일본의 3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전분기(-0.2%)에 이어 0.2% 감소했다. 연율 기준으로 -0.8%가 역성장한 셈이다. 이같은 GDP성장률은 당초 전망치였던 -0.3%(연율)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으로 시장에서는 쇼크 수준이라는 평가다. 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일본은 경기침체 상태로 빠지게 됐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제 2차 양적완화에 나설 전망이다. 박형중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정책효과 이외에 경기동력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일본정부는 재정정책보다 통화정책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내년 1분기 이전 추가 양적완화 발표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엔화 약세는 현재 진행형이다. 2012년 1월 달러당 76엔선을 기록중이던 엔·달러 환율은 2013년 1월 86엔선을 돌파했다. 이후 꾸준히 상승하며 올해 6월 5일 125.47엔을 기록한 이후 최근까지도 120엔선에 머물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수출 비중의 25% 이상을 차지중인 중국시장에서 명확히 나타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의 대중국 수출품이 한국의 수출품보다 가격이 내려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2011년 한국의 수출단가가 일본보다 높았던 품목은 313개에서 2014년에는 459개로 늘었다. 이는 곧 일본 제품 146개 품목이 3년새 한국 제품보다 더 싸진 것이다.
엔저 장기화가 이어지며 국내 산업계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엔저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은 자동차분야다. 도요타와 닛산 등 일본 업체의 약진으로 글로벌시장 점유율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도요타는 급발진 사태 이후 추락한 점유율을 끌어올려 글로벌 2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고, 닛산자동차 역시 미국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을 넘어선지 오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도요타와 닛산 등 주요 7개 자동차업체의 영업이익은 2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대로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8% 줄어든 1조5039억원을 기록해 대조를 이뤘다.
우리나라 업체는 현지 마케팅 강화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그동안 글로벌 경쟁업체인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엔저를 기반으로 판촉비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이에 현대·기아차도 지난해부터 판촉을 강화하며 점유율을 끌어올리는데 노력중이다. 하지만 예전보다 수익성은 다소 하락했다"고 전했다.
또 일본과 경쟁중인 국내 철강사도 엔저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일본 철강사들이 엔저를 무기로 수출비중을 높이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업체도 동남아 및 중국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항공업계는 엔화약세 영향으로 내국인의 일본여행객 수요가 늘어나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단 엔저효과는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주요 고객인 중국 관광객에게 매력적인 요소인 만큼 부정적 영향도 상존한다.
반대로 전자업계와 화학업계가 체감하는 엔저 영향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우선 전자업종의 경우, 삼성과 LG와 같은 국내 세트업체들은 이미 일본 업체에 비해 제품 및 가격 경쟁력을 갖춰 큰 영향이 없다. 또 스마트폰의 경우도 일본 업체 제품은 대부분 내수용인데다 디스플레이도 일본의 기술력을 따돌린지 오래인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석유화학업계도 일본의 석유화학 수출비중이 높지 않고, 국내 제품과 차별화된 구조를 형성해 엔저 장기화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