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LG전자에 따르면 LG전자 러시아법인(LGERA)은 최근 모스크바 루자 지역에 위치한 1공장 바로 옆에 약 2만6000㎡(약 8000평) 규모의 '창고'를 설립했다. 여기에 투입된 금액은 약 3000만 달러(한화 약 330억원, 부지 매입 비용 등 제외)로 1개동, 1개층 규모다.
당초 이곳은 지난해 3월 시공 당시만 하더라도 LG전자 러시아법인의 신규 공장으로 자리매김 하려했다. LG전자는 TV와 냉장고·세탁기 등을 생산하는 1공장에 이어 이곳을 통해 TV 생산 라인을 확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계속된 수익성 악화로, LG전자는 이곳에 계획했던대로 생산 시설을 들여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향후 러시아 시장에서의 선제적 대응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곳은 '창고'로서의 역할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TV와 냉장고·세탁기 등을 생산하는 루자공장과 이 창고를 활용해 생산 효율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라며 "향후 러시아 내수 시장에서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창고 설비치고는 상당한 금액이 투입됐다. 업계에 따르면 해외 창고 설립에 드는 비용은 1만평 기준으로 평균적으로 50억원(부지 매입 비용 제외) 채 안돼는 수준이다.
더구나 LG전자는 러시아 시장에서 수익성이 계속 악화되는 상황이다.
LG전자 공시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 러시아법인은 지난해 약 2조6800억원의 매출과 약 1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매출(약 3조300억원)은 11.5%, 당기순이익(약 1500억원)은 33%가량 감소한 수치다.
올해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LG전자 러시아법인은 지난 3분기까지 9970억원의 매출과 5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 1조9100억원, 당기순이익 1000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매출만 해도 50%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LG전자 러시아법인은 연간 전체로도 매출 감소는 물론 상당한 액수의 순손실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연간 부채 역시 지난해 2600억원에서 올해 3700억원으로 40% 이상 늘어났다.
LG전자 러시아법인은 현지시장에서 판매대금으로 받는 루블화가치가 곤두박질치는데, TV를 비롯한 가전 부품은 해외에서 달러로 조달할 수밖에 없어 팔수록 손해가 쌓이고 있다. 이로 인해 수익성은 계속해 나빠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사실상 LG전자로서는 별도의 창고가 필요한 상황도 아니다. LG전자의 물류 자회사인 하이로지스틱스가 생산공장 물류센터 운영과 배송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2014년에는 전문성과 비용절감 측면을 고려해 하이로지스틱스 러시아법인을 설립했다.
한편 LG전자는 앞서 현지 생산망 확대도 꾀한 바 있다. 하지만 불안정한 러시아 시장 상황으로 인해 계획을 틀은 바 있다.
다만 LG전자는 향후 러시아를 비롯한 CIS 지역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입지를 구축하는 한편, 대대적인 교체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현지 가전 브랜드가 없는 러시아시장에서 LG전자는 국민 가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러시아 소비자 역시 가전제품을 살 때 LG전자를 우선 순위로 구매 고려할 정도다. LG전자는 세탁기, 냉장고 등 주요 가전 제품에서 매출액 기준 러시아 현지 시장점유율 1위 기업으로 자리잡았을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해외 기업 최초로 러시아에 생산공장을 세우는 등 애정이 남다르다"며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 궁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