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상끝의 사랑'에서 과거의 상처를 품고 사는 아이 '유진'역을 열연한 배우 공예지가 서울 중구 아주경제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우리는 하지 말아 할 이야기를 너무 많이 정해놨어요."
어떻게 새 아빠와 사랑에 빠진 딸 유진을 연기할 생각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신예 공예지는 이렇게 답했다.
"전공이 연극이라 고전을 많이 봤어요(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이다). '멕베스'의 부인은 남편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왕을 죽이기도 하고, '왕좌의 게임'에는 남매의 근친상간도 나오고요. 고전은 가치 있다고 여기면서도 인간의 본능이나 욕구, 욕망을 들여다보는 일은 등한시하는 것 같아요. 숨긴다고 감춰지는 것들이 아닌데 말이에요."
공예지가 출연한 '세상끝의 사랑'(감독 김인식·(주)담소필름)은 한 남자(동하 역·조동혁 분)를 사랑하게 된 모녀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찰나의 충동을 참지 못했을 때 마주하게 되는 불행을 거칠고 불편하게 그려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일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엄마, 패배감에 휩싸여 술 없이는 숨도 못 쉬는 아빠 밑에서 유진이 느꼈을 결핍과 외로움이 공감됐어요. 짚신도 제짝이 있다고 하잖아요. 비슷한 상처를 지닌 유진과 새 아빠인 동하가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져 불같은 감정에 휩싸인 거죠. 서로가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줄 거라고 믿으면서요."
영화 '세상끝의 사랑'에서 과거의 상처를 품고 사는 아이 '유진'역을 열연한 배우 공예지가 서울 중구 아주경제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유진과 새 아빠의 섹스신은 적나라하고 거북하다. 충동적 행동의 결과처럼. 파격적 정사신을 당돌하게 소화한 공예지는 "출연을 할지 말지 고민한 이유는 내가 유진의 감정선을 잘 표현해 낼 수 있을지 걱정됐기 때문이다. 노출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전라 노출이 특별히 부끄럽거나 하지는 않다. 옷을 입고 있을 때도 스크린 속의 내 모습이 창피하기는 마찬가지다. 나는 다른 사람의 삶을 연기하는 배우고, 노출이나 정사신도 삶의 일부라 생각해 거부감은 없다"고 말했다. 보통내기가 아니다.
"부모님의 반대요? 아버지는 중학교 때 돌아가셨고요. 어머니는 미술을 하시는 분이라 예술로서 인정해주시던 걸요? 물론 걱정을 안 하셨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아요. 내색 않고 믿어주신 어머니에게 감사할 따름이죠."
영화 속 공예지는 공허함을 담은 눈으로 허공만 바라보고 있지만, 현실 속 공예지는 목표를 또렷이 주시한다.
"스타요? 그건 제 손에 달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스타가 되고 싶어'라고 발버둥 친다고 스타가 될 수 있나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좋은 배우가 되는 것뿐이에요. 아직 갈 일이 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