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중국비즈](48) 양지로 나온 '중국의 우버들'…중국 택시업계 판도 바꾼다

2015-11-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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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는 14억…택시는 137만대…열악한 택시 환경

엄격한 조건 아래 예약택시 '합법화'

18조원 시장 둘러싼 우버, 디디콰이디등 경쟁 '가열'

중국 차량공유 시장 현황[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차량공유 업체 '우버'에서 시작된 모바일 차량예약서비스가 전 세계 대중교통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해 2월 우버의 중국 진출 이후 디디콰이디(滴滴快的), 선저우좐처(神州專車) 등 ‘중국의 우버들’도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중국에서는 모바일 예약 차량을 ‘좐처(專車)’라 부른다. 기사가 딸린 전용차라는 뜻이다.

사실 중국은 태생적으로 좐처 서비스가 뜰 수 밖에 없는 나라다. 14억 인구가 이용하기에는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중국 교통운수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전역 택시 수는 137만 대에 달한다. 지난 한 해에만 택시 운송객 수가 406억 명에 달했다. 하루 평균 1억1000만 명이 택시를 이용하는 데 택시 수량은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택시 잡기도 힘든 데다가 승차 거부, 미터기 조작 등 문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낙후된 중국 택시 시스템 속에서 보완재로 떠오른 좐처는 많은 중국인들이 애용하는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았다.

빠르게 팽창한 중국 좐처 시장 규모는 1000억 위안(약 18조원)에 육박한다. 중국국제금융공사는 좐처가 중국 택시업계를 위협하며 향후 시장 규모가 4200억 위안(약 75조원)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좐처는 전통산업에 인터넷을 접목시킨다는 ‘인터넷 플러스’ 시대에 등장한 혁신적 교통수단임은 분명하다. 다만 합법과 불법을 넘나드는‘모호한 신분’은 그 동안 논란거리였다.

최근 중국 정부는 좐처를 일반 택시, 버스와 함께 중국 내 합법적 대중교통 수단의 하나로 인정하고 제대로 관리감독하기로 했다. 다만 합법적 지위를 부여 받기 위한 조건은 무척이나 까다로워졌다. 중국 좐처 시장에도 새로운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 음지에서 양지로…"조건은 까다로워"

중국 정부가 회색지대에 놓여 있던 좐처를 양지로 끌어낸 것은 지난 달 11일이다. 교통운수부는 ‘인터넷예약택시 경영서비스관리 임시방안(초안)’를 발표해 좐처를 택시업의 일환으로 규정했다. 좐처에 ‘인터넷예약택시(網預車)’라는 정식명칭도 부여했다. 차량공유 서비스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면 무조건 막기보다는 문제점을 개선해 양성화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좐처가 합법화되는데 따라 치러야 할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 초안에 따르면 인터넷예약택시 사업을 하려면 기사, 차량, 기업 등 세 가지 방면에서 엄격한 요구조건을 맞춰야 한다.

우선 기사는 3년 이상 운전 경력의 택시 기사에 준하는 자격증이 필요하다. 우버든 디디콰이디든 한 곳하고만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동시에 여러 모바일 앱에 등록해 영업할 수 없다. 게다가 앱 예약을 통해서만 승객을 태울수 있다. 일반 택시처럼 거리 운행 도중 승객을 태우다 적발되면 2000위안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차량에 대한 조건도 까다롭다. 일반 자가용은 아예 영업을 할 수 없도록 못 박았다. 7인승 이하의 영업용 차량만 운행이 가능하며, 미터기나 위치정보시스템 설치는 물론 영수증도 발급해야 한다.

각 기업은 중국내 법인으로 등록해 통신업 허가를 취득하고 대륙내 서버를 운영해야 한다. 교통운수 당국 측에 관련 데이터도 수시로 제공해야 한다. 이를 모두 만족시킬 경우에만 중국에서 합법적으로 인터넷택시영업을 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한달 간 의견 수렴을 거쳐 입법화하기로 했다. 

초안이 발표된 이후 디디콰이디, 우버 등은 좐처를 합법화한 것에 대해서는 일단 환영의 뜻을 표했다. 시장의 혁신을 어느 정도 포용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것.

다만 업체들의 시장전략 수정은 물론 영업범위 축소, 비용 증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좐처 서비스 가격이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며 ‘호화판 택시’와 뭐가 다르냐는 볼멘 소리가 나왔다. 게다가 디디콰이디 기사의 75%, 우버의 기사 90%는 모두 개인 자가용을 모는 일반인인데, 자가용을 영업용 차량으로 변경하고 자격증을 요구함으로써 차량 공유라는 의미가 퇴색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중국 정법대 전파법연구중심 부주임 주웨이(朱巍)는 “정부의 관리방식이 여전히 구 시대적 사고에 머물러있다. 이는 좐처를 관리하는 게 아니라 '인터넷+교통'이라는 시장의 혁신을 전통산업으로 되돌려놓는 것”이라고 쓴 소리를 냈다.

실제로 좐처 기업들도 당국의 조치가 너무 과하다며 수정안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영업용 차량 등록이나 자격증 취득을 통해 정부가 직접 차량과 기사를 관리감독하기보다는 기업들에게 권한을 넘겨 시장에 맡기도록 하자는 게 대표적이다.

이러한 가운데 ‘상하이 모델’이 인터넷예약택시의 이상적인 모델로 제시되고 있다. 최근 상하이시는 지방정부 최초로 디디콰이디가 합법적으로 좐처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조건도 교통운수부에서 내건 것보다 좀 더 자유로웠다. 자가용은 차종과 사양만 맞으면 인터넷예약택시 영업이 가능하다. 굳이 영업용 차량으로 변경할 필요는 없다. 기사들도 따로 자격증을 취득할 필요 없이 운전 경력과 나이, 범죄기록이 없고 관련 교육만 받으면 되도록 했다.

▲중국의 우버들…치열한 경쟁중

18조원에 달하는 중국 좐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간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중국 4대 좐처 기업은 디디콰이디, 우버, 이다오융처(易到用車), 선저우좐처다. 중국 IT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디디콰이디가 시장 점유율 80.2%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버차이나(11.5%), 이다오융처(6.3%), 선저우좐처(0.8%)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연초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힘을 뭉쳐 합병시킨 디디콰이디는 선도주자로서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이미 중국내 최초로 상하이로부터 인터넷예약택시 영업 허가를 따낸 디디콰이디는 중국 전역으로 영업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실탄도 충분히 챙겼다. 디디콰이디는 지난 7,9월 각각 20억, 10억 달러를 투자자로부터 연달아 유치했다. 이를 바탕으로 디디콰이디는 신 사업 개척, 기술 개발, 빅데이터 연구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3년 내 세계 최대 원스톱 교통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미국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리프트, 인도 올라 등에 투자하는 등 해외 사업도 확장하며 세계적으로 ‘반(反)우버 연합 전선’을 구축 중이다.

'외국 국적'인 우버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우버는 디디콰이디가 상하이에서 영업 허가를 따낸 당일 상하이 자유무역구에 자본금 21억 위안(약 3758억원)의 법인 등록도 마쳤다. 디디콰이디에 이어 두 번째로 상하이에서 영업 허가를 따내기 위함이다.

지난 2014년 2월 중국에 진출한 우버는 중국 인터넷공룡 바이두와도 손 잡았다. 지난 9월엔 바이두를 비롯한 투자자로부터 12억 달러(약 1조3600억원) 자금도 유치했다. 우버는 향후 63억 위안을 투자해 내년까지 중국 내 100개 도시로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다오융처도 지난 19일 중국 인터넷기업 '러스왕(樂視網·LeTV)'과 손 잡았다. 이다오융처는 러스왕으로부터 7억 달러 투자를 유치하면서 디디콰이디와 우버가 양분한 중국 좐처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심산이다.

지난 1월 막 탄생한 선저우좐처도 최근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선저우좐처는 중국 최대 렌터카 기업인 선저우렌터카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다. 선저우렌터카가 보유한 1만6100대 차량과 4만 명의 운전기사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최근엔 중국 최대 대리운전 기업인 ‘이다이자(e-代駕)’를 합병하면서 20만 명의 기사도 추가로 확보했다.

자가용을 가진 개인이 80~90% 기사로 활동하는 디디콰이디나 우버와 다르다는 게 선저우좐처의 특징이다. 특히 좐처 영업이 더욱 엄격해지면서 엄선된 차량과 기사를 보유한 선저우좐처가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데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선저우좐처에 돈도 몰리고 있다. 선저우좐처는 지난 7,9월 두 차례에 걸쳐 모두 8억 달러 투자금을 유치해 현재 기업가치는 약 35억5000만 달러(약 4조원)로 평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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