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창업스토리](18) IT업계 전문인력 미스매칭 해결사…'관시'가 원동력―나상반

2015-11-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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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사생팬 한빙 CEO '중국판 빌게이츠' 꿈꾸다

인공지능 알고리즘 통한 구직자-기업간 매칭

나상반이 지나온길[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정보기술(IT) 전문 구인구직사이트 ‘나상반(哪上班)’ 한빙(韓冰)의 인생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전기를 읽기 전후로 나뉜다. 16세 때 게이츠 전기를 읽은 후 그는 빌 게이츠처럼 인터넷으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의 꿈은 단 하나였다. ‘IT업에 종사해서 MS에 취직하는 것’이었다.

빌 게이츠의 '사생팬'이었던 그는 미국 시애틀의 워싱턴 대학에 진학했다. 이곳은 빌 게이츠를 제외한 그의 부모님, 누나들이 모두 졸업한 미국 명문대다. 빌 게이츠는 하버드대를 중퇴했다. 하지만 워싱턴대와 인연이 깊어 매년 이곳에 기부하며 종종 방문하곤 했다. 그는 2008년 이곳에서 연설하는 빌 게이츠를 보곤 심장이 떨릴 정도로 깊은 감명을 받았다.

워싱턴대를 졸업한 한빙은 ‘중국의 빌 게이츠’가 되기 위해 귀국했다. 그리곤 2013년 IT전문 구인구직사이트 ‘나상반’을 창업했다. 나상반, 우리나라 말로 ‘어디로 출근할까’는 뜻이다.

IT 업계는 프로그래머 등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구인자와 구직자 간 요구가 맞지 않는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보통 기업들은 내부 추천이나 알음 알음으로 사람을 구한다. 그만큼 인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 업 기업에게는 더욱 그렇다.

기업과 구직자간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탄생한 것이 나상반이다. 나상반은 일반적인 구인구직 사이트와 다르다. 인공지능인 알고리즘을 활용해 기업과 구직자의 요구를 매칭시키는 게 특징이다.

구직자들은 이력서를 올릴 때 나상반에서 마련한 세부 항목에 체크를 한다. 예를 들면 개발자의 경우, 자바·C/C++·자바스크립트·리눅스·안드로이드 등 20개 체크리스트 항목이 있다. 이중 자신의 전문 분야에 체크를 한다. 기업들도 채용공고를 올릴 때 마찬가지로 이 같은 체크 과정을 거친다. 구직자와 기업의 체크리스트 데이터에 기반한 자동화 알고리즘을 통해 구직자의 전문성에 가장 적합한 일자리가 추천되는 것.

나상반에 올라온 이력서는 알고리즘을 통해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기업 10~15곳에 뿌려진다. 나상반에 이력서를 제출한 구직자의 절반은 기업으로부터 면접 요청을 받고 있다.

지난 해 말 기준 나상반에 등록된 IT 인재 수는 50만 명, 등록기업 수도 4만개에 달한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대표 인터넷기업도 모두 나상반을 통해 구인 모집을 할 정도다.

나상반에서는 이력서를 등록하는 구직자나 기업은 모두 무료다. 다만 일부 기업들에게 맞춤형 채용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입원을 창출하고 있다. 향후 기업이 자리를 잡으면 이력서를 다운로드받는 데 따른 수수료를 받을 계획이지만 아직은 아니다. 최대한 IT인재가 필요한 스타트 업 기업들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한빙의 창업에 결정적으로 도움이 된 것은 '꽌시(關係 인맥)' 였다. 그의 인맥은 지연이나 학연, 집안을 배경으로 한 게 아니다. 사회생활을 통해 쌓은 것이었다.

한빙과 함께 창업을 도모한 동료 2명은 미국에서 사귄 친구들이다. 카네기 멜론대학교 인공지능 박사 학위를 딴 구하이제(顧海杰), 그리고 워싱턴대 동문 양징타오(楊敬濤)는 모두 해외 유학파 출신이다.

나상반 창업 초기 엔젤 투자자였던 중국 벤처투자계 ‘큰손’ 쉬샤오핑과 투자자 필립도 모두 한빙과 인연을 맺은 귀인들이다. 필립은 미국 유학할 당시 빌 게이츠에 푹 빠진 한빙에게 홈스테이 가정이 소개시켜 준 MS 전 직원이다. 쉬샤오핑은 한빙이 귀국해 잠깐 펀드 투자사에서 인턴 근무를 할 당시 대표와 직원으로 만나 친분을 쌓았다.

창업 초기 추진한 '중국 IT인재 실리콘밸리 취업 알선' 프로젝트도 미국 유학 당시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쌓은 인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6세 때 첫 창업 후 벌써 여섯 번째 창업에 도전한 한빙은 “세상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돈을 왕창 벌어 안락한 생활을 하고 싶은 사람, 아니면 재산이 얼마가 있든 창업을 하는 사람이다. 나는 후자에 속한다”고 말한다. ‘중국의 빌 게이츠’를 향한 한빙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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