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가연 기자 =얼핏 보면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현란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삼라만상의 조화가 담겨있는 듯하다. 마치 어린 시절 갖고 놀던 만화경처럼 복잡하면서도 균형미와 조화를 갖춘 모습이다.
남성과 여성의 신체와 나비, 버섯, 가위 등 서로 어울리기 힘든 이미지가 무수히 섞여 있는 작품은 흡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를 연상시킨다.
루프에서 2년 만에 개최된 이번 전시는 이중근 작가를 대표하는 패턴 모티브의 드로잉부터 인물 사진 작업, 입체 가구와 LED 조명 작업, 최근의 '신전' 시리즈까지 총망라한 전시다.
작가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나 일상 풍경 속 다양한 이미지를 사진으로 촬영하거나 캡처한 뒤 컴퓨터 작업을 통해 재배열하며 새로운 패턴 이미지를 창조하는 작업을 주로 해왔다. 작가는 규칙적인 패턴 속에 다양한 변수를 숨겨 놓아 자연에서 경험하는 '혼돈 속의 질서'도 담아냈다.
종교적 아이콘을 소재로 한 최근의 작품들은 현대 사회의 다양한 풍경을 재해석해 신화, 믿음, 몰입 등의 이미지로 제시했다. 성스러운 신전 안에는 현세를 살아가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담았고 보석들의 이미지에 해골을 더하는 방식이다.
감각적이고 화려한 색채와 정교한 패턴 속에 담긴 삶과 세상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인생의 화려함과 허무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