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롯데, 패키지 딜의 함정

2015-11-0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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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롯데가 삼성 화학 계열사를 지나치게 비싼 값에 인수한다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목표물 외 다른 매물까지 인수하는 패키지 딜의 강점은 가격이지만, 이번 거래에선 가격이 전혀 메리트가 되지 못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이번 거래를 통해 수직계열화 및 사업다각화 효과를 기대한다. 롯데케미칼의 원재료(BD, SM, 프로필렌)사업이 삼성SDI 및 삼성정밀화학의 전방 사업(ABS, PS, ECH)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전방제품 사업과 정밀화학 스페셜티 분야에도 새롭게 진출하게 됐다.

이런 이점에도 가격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부문 지분 90%를 2조3265억원에, 삼성정밀화학 지분 31.1%를 4650억원에 인수한다. 롯데케미칼의 부채가 적고 현금창출력을 고려할때 인수자금 조달은 가능하다는 분석이지만,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자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롯데케미칼은 이미 업스트림 부문 우즈베키스탄과 북미지역 대규모 가스 화학설비 투자를 진행해 왔다. 2018년까지 4조원에 가까운 투자를 하게돼 이번 인수거래까지 포함하면 3년간 7조원을 투자하는 셈이다.

앞서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은 업스트림 투자와 관련 “우리가 잘 아는 사업에 치중하겠다”며 “해외 값싼 원료를 확보해 범용사업을 계속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대규모 M&A를 통해 다운스트림과 스페셜티 분야에 진출하며 갑작스럽게 전략을 바꾼 것도 의문을 낳는다.

인수대금이 비싸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다운스트림 시장의 불확실성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인수하는 삼성SDI의 ABS 사업의 경우,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이 자급력을 확대하는 대표적인 품목 중 하나다.

지난해 중국의 ABS 생산증가율은 11.4%로 합성수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최근 중국 거시경제 약화에 따라 ABS를 사용하는 자동차, 가전 등의 생산이 둔화되면서 수요도 침체 국면을 보인다.

중국은 지속적인 ABS 자체 신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세계 총 생산능력의 50%를 상회하는 설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신증설을 통해 올해 60%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ABS 수입은 2010년 이후 매년 감소세를 보여왔는데,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ABS 생산 설비의 가동률 하락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삼성정밀화학의 경우, 일본 기업과 경쟁심화에 따라 지난해 적자를 보이다 올들어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원재료 가격하락 영향이 커 유가 변동에 따른 실적 불안 요인이 남아 있다.

롯데케미칼 자체적으로도 2분기를 정점으로 유가하락에 따른 원가개선 효과가 줄어들고 공급과잉 영향이 대두되는 형편이라, 삼성화학 계열사 인수 후, 위로금 문제 등 합병절차의 마찰까지 고려하면 이번 인수가 부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날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차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을 방문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번 인수가격이 부담이 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웃으면서 답을 피했다.

삼성과 빅딜을 한 한화의 경우, 당초 삼성테크윈 등 방산 계열사를 인수하기 위해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추가로 화학 계열사를 인수해 패키지 딜의 부담이 현실화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의 주력사업(PTA)이 심각한 불황으로 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노조의 전면파업으로 직장폐쇄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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