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광연·박정수 기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후폭풍이 국내 통신 및 유료방송 시장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낳고 있다. 특히 KT와 LG유플러스가 강력하게 반발하며 다각적인 대응을 예고해 당분간 인수 결정에 따른 논란이 시장 전체를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2일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를 결의하면서 KT와 LG유플러스는 대책 마련에 주력중이다. 하지만 이른바 ‘규모의 경제’에서 주도권을 내줘 상당한 고전이 예상된다.
SK브로밴드를 통해 IPTV 가입자 335만 가구를 보유한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의 케이블TV가입자 415만 가구를 추가로 확보해 총 750만 가구의 유료방송 가입자를 보유하게 된다. 이는 848만 가구로 유료방송 1위인 KT(IPTV 645만, 위성방송 203만)에 불과 100만 가구 부족한 수치로 향후 마케팅 전략에 따라 얼마든지 역전이 가능한 수준이다.
전세계 6900만 이용자를 가진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와의 협력 여부도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내년초 한국 서비스를 선언한 넷플릭스의 파트너로 이통사가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번 인수로 IPTV와 케이블TV를 보유한 SK텔레콤이 전략적 협력을 추진할 경우 국내 미디어 시장 전반을 뒤흔들 막강한 파급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KT와 LG유플러스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KT는 보도자료를 통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통신에 이어 방송까지 독점력을 확대시켜 공정경쟁을 훼손하고 시장을 황폐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그간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경쟁 활성화와 공정경쟁, 방송통신산업육성 정책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LG유플러스 역시 “소비자 이익 저해 등 소비자 편익 저해, 무선시장 지배력 전이에 따른 경쟁 활성화 저해 및 불공정 행위 양산, 시장 고착화를 통해 창조경제 붕괴 등 제반 문제를 야기 시킬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케이블TV 업계의 속내도 복잡하다. 가뜩이나 IPTV의 성장에 따라 케이블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SK텔레콤와 CJ헬로비전의 ‘결합’이 또다른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매물로 나와있는 업계 3위 씨앤엠의 경우, 매각을 위해서는 2조원 이상을 희망했던 기준을 대폭 낮춰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씨앤엠측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자제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제4이통 역시 상당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단말 뿐 아니라 요금제에서도 프리미엄과 중저가를 모두 공략하던 SK텔레콤이 알뜰폰 시장까지 삼킬 경우 제4이통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기업 성장에는 확실한 도움이 되겠지만 이통 및 유료방송 시장에 유례없는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제4이통의 경우에는 이미 시장 진입이나 성공 가능성 자체가 희박한만큼 이에 대한 책임을 SK텔레콤에서 묻는 것은 무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