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채열 기자= 부산시가 수백억원대 시 금고 협력사업비를 사업비 출연 목적과 관계없이 집행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공익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할 협력사업비 사용 내역조차 알 수가 없어 투명성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시금고 협력사업비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예치할 금고를 지정하면서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받는 돈이다. 이 사업비는 당초 사회공헌, 문화, 예술, 복지사업 등 공익목적으로 쓰이게 되어 있다. 막대한 예산을 예치하는 대가로 금융기관이 누리는 이익을 일정부분 공익에 다시 쓸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그러나, 부산시는 제 1금고인 부산은행에서 4년간 233억원, 제2금고인 국민은행으로부터 100억원 등 총 333억원을 협력사업비로 받기로 하고 시 금고를 지정했지만, 이 협력사업비의 사용처나 집행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의혹을 사고 있다.
부산시는 2013년 시 금고를 지정하고, 매년 7월 중에 협력사업비를 수령한다. 부산시 홈페이지에 실린 공개 내역을 살펴보면, 시 금고 지정 년도인 2013년에는 예산편성액을 기록해 놓지 않았고, 2014년 행정자치부에서 시 금고를 예산에 편성하라는 공지를 받고 그 해부터 79억원을 부산시 예산에 책정했다.
2013년도에는 부산시가 받은 협력사업비 금액을 알 수가 없다. 2014년도에는 부산은행 55억원, 국민은행 24억원, 총 79억원을 세입 처리했다.
행정자치부는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부터 협력사업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고 전국 지자체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올해부터는 협력사업비 사용 내역을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2013년부터 2014년까지 2년간 사용한 협력사업비 사용내역은 정체도 모른다. 시는 예산에 일괄 편성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어디로 나가는지 항목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시 세정담당 관계자는 “시 금고를 계약할 당시 협력사업비를 일괄적으로 예산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사용처는 파악하기는 어렵다. 협력사업비를 예산에 편성하지 않은 타 시·도도 대부분 그렇다. 오히려, 행자부는 우리 시가 예산편성을 일찍 시행한 것을 두고 시 금고 협력사업비 모범사례라고까지 말할 정도로 칭찬을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부산시는 올해부터 협력사업비 사용 내역을 공개한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얼마를 책정해 사용했는지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2013년도에는 얼마를 수령했으며, 올해는 또 얼마인지, 그리고 사용처가 어딘지 오리무중이다.
이에 대해 부산은행 관계자는 “시 금고 지정 당시 협력사업비에 대한 총금액을 제시하고, 시에서 제안을 받아들이면 시 금고로 지정된다. 그러나, 은행으로서는 사용처에 대해서 물어볼 수가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시의 이 같은 행태는 금고 협력사업비에 대한 예산 집행을 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 부산시교육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부산시의회 전진영 시의원(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은 “이게 사실이라면 중대한 문제”라며 “관련 자료를 부산시에 요청해 받은 후 면밀히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행자부는 올해부터 협력사업비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부산시가 현재까지 수백억원의 협력사업비를 받고 예산을 사용했지만 내역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올해 협력사업비를 투명성 있게 공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