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담] 왜 시진핑 아니고 리커창인가

2015-10-3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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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중국 총리[사진= 중국신문사]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오는 11월 1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는 중국 측 대표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대신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참석한다. 명실상부하게 중국을 대표하는 시 주석이 아닌 리 총리가 한중일 정상회담에 나선 것이 ‘격’에 맞는 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결레’라는 지적도 나올 수 있는 이런 경우는 집단지도 체제라는 중국 특유의 정치시스템에서 비롯된다.

중국은 실질적으로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을 핵으로 하는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된다. 국가주석과 총리도 수직관계가 아닌 국정 동반자다.

중국에서 총리는 '경제대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막강한 실세다. 중국에서 총리가 차지하는 위상과 정치적 무게감은 한국의 총리와 비교할 수 없다. 국무원 총리는 명실상부한 행정부 수반으로 국무원 인사권은 물론 지방정부에 내려 보내는 예산권도 꽉 틀어쥐고 있다.

역대 중국 총리가 휘두른 영향력도 막강했다. 지난 1988년부터 10년간 총리로 재직했던 리펑(李鵬) 총리를 당시 국가주석이었던 장쩌민(江澤民)조차도 어려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리 총리는 권력 서열 2위는 유지한 채 1998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5년간 더 활동했다.

뒤를 이은 주룽지(朱鎔基) 총리도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해 장쩌민보다 더 주목을 끌었다. 주 전 총리는 국영기업 구조조정 등 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해 ‘철혈(鐵血) 재상’으로 이름을 날렸다. 아직도 중국 금융계를 좌지우지하는 세력은 그가 키운 이른 바 ‘주룽지 사단’들이다.

이어 후임인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역시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국가주석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했다. 2008년 5월 쓰촨(四川)성 원촨(汶川)대지진과 같은 초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마다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간 것도 원자바오였다. 그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서민 총리'로 불리며 후진타오 주석보다 더 큰 인기를 끌었다.

2013년 취임한 리커창 총리 역시 마찬가지다. 시 주석에 이은 공산당 권력 서열 2위로 중국 경제 사회 개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가 경제를 가늠할 때 살펴본다는 ‘커창 지수’, 리커창 총리의 경제정책을 의미하는 ‘리커노믹스’라는 단어가 탄생했을 정도로 경제 영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중국 경제가 고도성장에서 중속성장이라는 '뉴노멀'(新常態)에 진입한 데 따라 지속가능을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힘쓰고 강도 높은 구조적 개혁을 시행해야 하는 지금 중국 총리의 역할은 과거보다 더 강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총리의 영향력이 이처럼 막강한 만큼 중국 국가주석과 총리는 내정은 물론 정상외교에서도 ‘투톱’을 이루며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중국의 총리는 해외순방 시에도 의전상 국가원수급 대접을 받는다.

실제로 전 지도부의 경우에도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G20(주요 2개국) 정상회의를 맡았고, 원자바오전 총리가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을 관할해왔다.

2008년부터 총 다섯 차례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에도 모두 총리가 참석했다. 동북아시아를 넘어 아시아 맹주를 바라보는 중국이기에 한중일 정상회담은 국가주석이 아닌 2인자인 총리를 내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관례에 따라 이번에 열리는 한중일 3국 정상회담에도 리커창 총리가 참석한다. 리커창은 2013년 총리 취임 후 아직 방한한 적이 없다. 시진핑 주석은 이미 지난 해 우리나라를 한 차례 방문했다. 리 총리가 중국 대표로 한국을 방문해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게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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