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초이노믹스가 올해 수출 회복을 사실상 포기했다. 눈부신 성장을 기록하던 과거를 운운하며 책임까지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정부 신뢰도 하락도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27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올해 말까지 9조원 가량 재정을 더 풀겠다며 경기부양에 나섰지만 기대했던 수출 대응 방안이 나오지 않아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 부총리는 “순수출이 과거 추세라면 3%대 후반 성장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그나마 내수가 회복되면서 수출 부진을 상당 부분 보완했다”고 밝혔다.
수출과 수입의 차이를 일컫는 순수출은 지난 3분기에 0.7%포인트 감소했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1.2%에 머문 이유가 순수출 감소에 있다는 것이다. 올해 3분기까지 기여도를 보더라도 내수 성장기여도는 3.4%포인트인데 반해 순수출은 -1.0%포인트다. 그만큼 수출 기여도가 현저히 낮았다.
문제는 최 부총리가 언급한 순수출이다. 수출 하락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하락 원인으로 수출을 지목하데 대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한국경제를 먹여 살린 분야가 수출인데 세계 흐름을 제대로 짚지 못한 정부가 이제와서 수출에 등 돌리고 있다며 최 부총리 발언에 망연자실했다.
선박업체 한 관계자는 “지난 30년 동안 가공무역을 중심으로 수출이 한국경제의 버팀목이었는데 현 정부는 마치 수출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졌다고 화살을 겨누고 있다”며 “더구나 최경환 부총리가 과거를 빗대서 말한 부분은 경제수장으로서 책임감 없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경제연구소 한 관계자 역시 “경제수장 입에서 ‘순수출이 과거와 같았다면’이라는 말이 나온 자체가 이미 수출을 포기했다는 표현”이라며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면서 남 탓을 하는 형국이다. 앞으로 어떤 정책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가 올해 수출을 포기했다는 부분은 11~12월 정책과제를 보면 알 수 있다. 향후 완료할 정책과제는 모두 21개인데 이 가운데 수출과 관련된 정책은 한 개도 없다. 정부가 단기적 대응 방향을 내놓으면서 수출과 관련된 대책이 나오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출을 위해 금전지원도 좋지만 구조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방향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과 같은 저성장 국면의 세계경제 흐름에서는 가공무역 중심의 수출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내수를 활성화하는 부분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동안 장려했던 수출을 정부에서 먼저 비난해서는 안된다”며 “구조적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내수만으로는 한국경제를 일으킬 원동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