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특종: 량첸살인기’(감독 노덕·제작 우주필름 뱅가드스튜디오·제공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날인 22일 아주경제와 만난 노덕 감독은 숨길 수 없는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
“제 취향을 속이는 게 어려워요. ‘연애의 온도’도 진지한 이야기지만 유머러스함이 있었잖아요. 저는 유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영화도 각 잡는 걸 견디지 못해요(웃음). 저 스스로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좋아요. 그런 취향이 반영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특종’도 제가 가진 톤이 유지되는 것 같아요.”
“저는 디테일이 있는 영화를 좋아해요. 그런 면에서는 ‘연애의 온도’가 좋았고, 드라마와 아이러니라는 부분은 ‘특종’에서 흥미를 느꼈죠. 성격적으로는 ‘특종’이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알고 보면 제가 디테일이 떨어지거든요(웃음). 섬세하기보다는 털털하고 여성스러운 타입도 아니어서요.”
감독 스스로 보기에도 재밌는 영화이고 싶었던 ‘특종’은 먼저 ‘저널리스트’라는 가제로 대중들에게 알려졌었다. 하지만 “기자의 이야기가 중심이 아닌 진실과 거짓이 주된 이야기”기 때문에 제목을 수정하게 됐다.
“부제가 붙은 것도 같은 이유에요. ‘특종’도 기자를 대변하는 제목 같아서 ‘량첸살인기’가 부제로 붙게 됐죠. 다들 ‘특종’을 스릴러라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이건 코미디 영화예요. 다들 의심스러워하시다가 최종 결과물을 보고 납득하셨죠. ‘이렇게 웃겨도 되느냐’고 할 정도였어요.”
절대 섞이지 않을 것 같은 스릴러와 코미디라는 장르는 노덕 감독의 ‘취향’에 의해 절묘하게 융화됐다. “스릴러와 코미디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가능했던 장르의 혼재였다.
“시나리오를 본 분이 말씀하시길 ‘이 영화가 재밌는 건 의외성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조금씩 예상을 빗나가는 부분이요. 오히려 장르 자체를 의식하지 않고 찍었던 것이 도움된 것 같아요. 나중에 음악이 틀을 잡아주면서 장르가 혼합된 것처럼 표현되었으니까요.”
노 감독은 ‘특종’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톤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 초반의 유머러스와 후반의 진지함을 튀지 않게 엮는 것”이 중요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유머러스한 부분을 더 살릴 수도 있었지만 초반의 코미디가 너무 강하면 후반의 드라마가 진정성이 떨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톤 유지, 호흡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죠. 초반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첫발을 내딛는 거니까요. 톤을 잡아가는 게 가장 힘들었고 오히려 나중에는 자유롭게 즐기면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노덕 감독의 ‘취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의 덕이 컸다. “초반에 만들어놓은 캐릭터들은 배우들 만나며 모두 달라지게 됐”다. “방향을 제시하는 편이지만 디테일은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전 연기에 대해 잘 몰라요. 연기는 연기자만이 알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 ‘지점’을 존중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제가 리드하려는 게 해를 끼친다고 느껴질 때도 있어요. 때로는 지향점이 다를 수 있지만, 연기자가 그걸 어떻게 해석하는지 표현하는지 보려고 해요. 그리고 대화하려고 하죠. 그 과정에서 새로움을 얻기도 하고요.”
인간적인 신뢰감을 쌓아가는 단계. 노덕 감독은 “백국장이라는 캐릭터를 만들며 자연스럽게 이미숙”을 떠올렸고 “인생을 개척 중인 수진 역은 여성스러운 이하나가 적격”이라고 여겼다. 영화의 엔딩을 위해 “본인의 이미지를 잘 활용할 줄 아는 김대명”이 필요했고 “성격이나 코드가 잘 맞았던 조정석” 덕분에 “새로운 발견”을 하기도 했다. 배우들로 하여금 새롭게 태어나거나, 더욱 단단해지는 ‘특종’의 면모는 이들의 팀워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연애의 온도’ 당시는 또래 친구들이 의기투합하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민희나 민기는 그런 젊은 패기? 으쌰으쌰하는 즐거움이 있었다면 ‘특종’은 프로들이 한 작품을 위해 뭉쳤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렇게 대단한 프로들이 나를 존중해주는구나 하는 느낌이 달랐던 것 같아요.”
10월, 극장가는 현재 ‘스릴러’ 포화 상태다. 노덕 감독에게 “한꺼번에 개봉한 또는 개봉을 앞둔 영화들과는 다른 ‘특종’만의 매력은 무엇인지” 물었다.
“‘특종’은 코미디도, 스릴러도 있지만 장르보다는 의외성이 재밌는 영화인 것 같아요. ‘어떤 장르를 보러가야지’라기 보다는 마음 편하게 느껴지는 대로 영화를 보셨으면 좋겠어요. 장르 안에 영화를 가둬두면 그 ‘의외성’이 낯설어질 수도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