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이유 '챗셔', 수록곡 7가지에 담긴 7가지 소설들

2015-10-2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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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로엔트리 제공 ]


아주경제 장윤정 기자 = 가수 아이유의 네 번째 미니앨범 '챗셔(CHAT-SHIRE)'가 23일 자정 드디어 공개됐다.

아이유는 자신이 직접 프로듀싱한 첫 번째 앨범 챗셔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드러냈다. 이번 앨범은 팬들 사이에서도 지금까지의 아이유 앨범 중 '역대급 콘셉트'라고 불릴 정도로 독특하고 재미있는 콘셉트를 보여주고 있는 앨범으로, '스물 셋'의 아이유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해 보고 듣고 느낀점을 소설 속 캐릭터에 빗대 드러내고 있다.
이번 앨범 ‘쳇셔’에는 7개의 곡마다 각자 해당하는 소설과 소설속에서의 상징적인 캐릭터가 존재한다. 

‘새 신발’은 오즈의 마법사·도로시(L. 프랭크 바움作), ‘푸르던’- 소나기·소년과 소녀(황순원作), ‘Zeze’-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제제(주제 마우루 지 바스콘셀로스作), ‘스물 셋’- 이상한 나라 앨리스·체셔고양이(루이스 캐롤作), ‘RED QUEEN’- 거울 나라 앨리스·붉은 여왕(루이스 캐롤作), ‘무릎’- 데미안·싱클레어(헤르만 헤세作), ‘안경’- 바보 이반·이반(톨스토이作) 등이다. 

앨범에 수록된 7곡이 비유하고 있는 소설과 소설 속 주인공, 그리고 아이유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상상해보자. 

'맞는 새 신발을 신고 오늘 컨디션은 어떠니 하루 종일 나랑 여기 거기 또 저기 갈 준비됐니... 바람은 나를 들뜨게 높은 계단 좁은 골목 난 어디든 가 내 마음에 꼭 맞는 새 신발을 신고'

오즈의 나라 도로시는 마법의 구두를 신고 노란길을 따라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러 길을 떠난다. 스물세살의 아이유에게 필요한 것은 20대의 여러 갈래 길을 함께 가 줄 새신발. 새신발은 의미 그대로 그녀의 신발일 수도 있고 친구나 연인, 그녀의 길에 동행할 누군가일 수도 있다. 

푸르던의 가사는 황순원의 소나기의 한 장면이 떠오를 것 같은 느낌이다. 


'너는 조용히 내려 나의 가물은 곳에 고이고 나는 한참을 서서 가만히 머금은 채로 그대로 나의 여름 가장 푸르던 빗소리가 삼킨 사랑스런 대화 조그맣게 움을 트는 마음 그림처럼 묽게 번진 여름 안에 오로지 또렷한 너'

소년과 소녀가 소나기를 피해 두근거리는 가슴을 나누던 한 장면처럼, 20대의 서툰 감성에 젖어들어오는 사랑. 이십대를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단어 또한 '푸르다'가 아닐까? 가사 한 구절 한구절이 시와 같이 가슴에 젖어들어오는 소나기같은 '푸르던'이다. 

5살의 말썽꾸러기 제제는 라임오렌지나무에 '밍기뉴'라는 이름을 붙어주고 대화하며, 어른이 되어간다. 스물세살의 아이유는 누구와 대화하며 어른이 되어갈까? 

'어서 나무에 올라와 잎사귀에 입을 맞춰 장난치면 못써 나무를 아프게 하면 못써 못써  제제, 어서 나무에 올라와 여기서 제일 어린잎을 가져가 하나뿐인 꽃을 꺾어가 Climb up me Climb up me' 

나를 아프게 하지말고 나에게로 다가와, 나에게 말을 걸어줘 나에게로 와서 나의 꽃을 꺾어줘. 내 친구가 되어주고 내 말을 들어주고 나의 소중한 것을 함께 나누고 싶어. 인간은 누구에게나 이야기를 들어 줄 수 있는 라임오렌지나무가 필요하다. 내 말을 들어주고 내 감정을 나눠줄 어떤 이. 5살 제제가 가족들도 아닌, 오직 라임오렌지나무에게만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었다. 이십대도 쉽게 남에게 마음을 터놓지 못한다. 소통을 외치지만 소통이 불가한 시대, SNS에서만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요즘 이십대들의 라임오렌지나무는 무엇일까.  
 

[사진 = 로엔트리 제공 ]


타이틀 곡 '스물셋'은 아이유의 현재 마음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 곡이다. 

'얄미운 스물셋 아직 한참 멀었다 얘 덜 자란 척해도 대충 속아줘요  난, 그래 확실히 지금이 좋아요 아냐, 아냐 사실은 때려 치고 싶어요 아 알겠어요 나는 사랑이 하고 싶어 아니 돈이나 많이 벌래' 

속마음과 다른 표정을 짓고 여우인 척 하지만 실은 곰인, 영원히 아이로 살고 싶지만 촉촉한 여자도 되고 싶고, 사랑을 하고 싶다가도 아무것도 하지않고 죽은 듯이 살고 싶은 스물세살. 이랬다 저랬다 갈팡질팡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이십대의 나에게 길을 알려주는 체셔 고양이는 누구인지. 내가 적당히 살아도 얄밉게 굴어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줬으면 하는 속마음이 귀엽게 드러난다. 정신 없는 가사가 어딘지 약 오르지만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가사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자이언티와의 피처링으로 관심을 모은 'RED QUEEN'에서는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한번 더 등장한다. 동화 속 RED QUEEN은 앨리스를 위협하고 방해한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젊고 예뻤던 시절이 있었다. 스물세살의 아이유를 방해하는 그녀 RED QUEEN. 엄마일 수도 있고 언니일수도 있고 선배일수도 있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얄미운 그녀. 그래도 언젠가 그 옛날 누군가에는 푸르른 미소로 전부 사랑에 빠질만큼 사랑스러웠었던 그녀. 

'표정이 없는 그 여자 모두가 미워하는 그 여자 당신도 알지 그 여자 오 가엾어라 그 여자 모두가 무서워 해 그 여자 당신이 아는 그 여자 그 여자 말야 아주 오래전 슬프게 우는 아무개의 서러운 등을 쓸어준 그 손이 (믿을 수 없이 따뜻하더래요) 애들은 물론 어른들도 생명이 없는 것들까지 전부 반해 사랑에 빠질 만큼 마음씨도 예뻤다나요' 

헤르만헤세의 '데미안'도 대표적인 성장소설이다. 순수했던 소년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만나 세상의 어두운 면을 알아가고 극복하고 어른이 되어가는, 모든 태어나는 자는 자신의 세계인 알을 깨고 나아가야한다는 유명한 구절을 남긴 소설 '데미안'처럼 스물세살의 아이유도 힘들고 어려운 세상속에서 자신을 안내해줄 데미안을 기다리고 있을까? 

'나 지친 것 같아 이 정도면 오래 버틴 것 같아 그대 있는 곳에 돌아갈 수 있는 지름길이 있다면 좋겠어 무릎을 베고 누우면
나 아주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머리칼을 넘겨줘요 그 좋은 손길에 까무룩 잠이 들어도 잠시만 그대로 두어요'
 

[사진 = 로엔트리 제공 ]


마지막 수록곡인 '안경'은 톨스토이의 소설 '바보이반'을 모티브로 한다. 성실하고 착하고 욕심없는 바보 이반은 악마의 괴롭힘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고 결국 공주와 결혼해 행복하게 된다. 모두가 영악해지고 내 욕심만 차리려는 세상에서 남의 흠을 잡고 깎아내리고 짓밟고 올라가는 현실. 그냥 적당히 눈감고 봐주고 싶다. 작은 흠집까지 세밀히 보이는 안경을 쓰고 세상을 피곤하고 힘들게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는 아이유의 마음이 엿보인다. 다들 영악하니 적당히 바보가 되어주는 건 어떠리. 바보 이반처럼 착하게 살면 언젠가 누구가는 알아주지 않을까? 스물세살의 아이도 아닌, 어른도 아닌, 순수하고 싶지만 순수하지는 않은 아이유가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다. 

'그렇다 해도 안경을 쓰지는 않으려고요 속고 속이고 그러다 또 믿고 상상을 하고 실망하기도 바쁜데 나는 지금도 충분히 피곤해 누구의 흠까지 궁금하지 않아 나는 지금도 충분히 피곤해 좀 더 멀리까지 보고 싶지 않아 나는 지금도 충분히 피곤해 무거운 안경까지 쓰지 않을 거야'

스물세살의 아이유는 20대를 대변한다. 이 세상의 수많은 이십대들이 길을 떠나고 소년을 만나고 사랑을 하고 길을 잃고 다시 길을 찾는다. 길을 묻고 사랑을 찾는 수많은 이십대들에게 아이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쳇셔 고양이처럼 말을 걸고 싶었을까, 길을 안내하고 싶었을까? 우리에게 쳇셔 고양이는 누구일까? 수많은 의문을 남기고, 많은 생각을 던져 준 아이유. 그녀가 이십대들에게 다시 묻는다. "너의 길을 어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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