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빈손' 5자회동…연말 대치정국 격화

2015-10-22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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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50분간 역사교과서ㆍ노동개혁 등 현안에서 팽팽한 이견차만 확인한 채 회동 종료

與 경제활성화법ㆍ내년도 예산안 조속 처리 VS 野 역사교과서 국정화 대신 민생에 집중해야

왼쪽부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박근혜 대통령,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사진=청와대]


아주경제 주진·최신형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22일 청와대 5자회동이 결국 ‘빈손’으로 끝나면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로 촉발된 대치 정국은 더욱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동은 야당이 핵심 의제로 내세운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양보할 뜻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특히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위한 예비비 44억원을 비공개 의결해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던 터였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야당에 5자회동을 제안하고, 야당이 이를 결국 수용한 것은 회동을 통해 명분을 쌓고 대국민 여론전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각자의 셈법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야당이 회동 막판까지 의제와는 별개로 대변인 배석·모두발언 공개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대변인 배석과 모두발언 공개를 거부한 청와대의 속내는 야당에게 휘둘려 정치적으로 활용당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정말 쪼잔한 청와대”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고, 이종걸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나쁜 합의보다 좋은 결렬을 택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그러나 야당은 결국 대변인 배석 없이 예정대로 회동을 갖기로 결정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시작된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은 당초 예정된 1시간30분을 넘겨 2시간여 동안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여야 지도부에 미국 방문 성과를 설명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 5법, 경제활성화 법안, 수출효과가 큰 한·중 한·베트남 한·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동의, 내년 예산안의 법정시한 내 처리 등을 요청했다.



[사진=청와대]


특히 박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선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정치적 문제로 변질돼 안타깝다”면서 “국민통합을 위해 자랑스러운 역사교과서가 필요하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문 대표는 민생이 중요한 만큼 국론 분열을 일으키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중단하라고 박 대통령과 여당을 압박했다.

문 대표는 “이렇게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왜 대통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매달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국민의 간절한 요구는 경제살리기와 민생에 전념하라는 것이고, 우리 당도 초당적으로 협조할 준비가 돼 있다. 국민들은 역사 국정교과서를 친일미화, 독재미화 교과서라고 생각하고, 획일적인 역사교육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외교·안보 현안과 관련, 국무총리의 일본 자위대 입국 허용 발언·한국형 전투기(KF-X) 표류 사태 등을 문제 삼았고, 정치현안에서는 여야가 합의한 공천제도에 대통령이 간섭한 것은 삼권분립과 의회민주주의에 반하는 일이라고 조목조목 꼬집었다.

문 대표는 경제 현안에 대해선 가계부채 심각성을 지적하며 소득주도 성장론으로의 전환을 강조했고, △공공일자리 확대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 △전·월세 안정화와 공공임대 10% 수준으로 확대 등을 요구했다.

이날 회동 종료 후 야당 내부에선 박 대통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에 대한 국민여론을 무시한 채 ‘대결정치’를 선언했다며 강경투쟁 노선에 가속페달을 밟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야당 일각에선 주요 의제로 내세웠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롯해 △일본 자위대 파병문제 △한국형 전투기(KF-X) △남북평화 △청년 일자리 △전·월세 △가계부채 문제 가운데 제대로 푼 의제가 없자, 사실상 문 대표가 회동 들러리를 선 것이 아니냐며 리더십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야권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국회 예산 심사의 연계를 천명했다는 점에서 19대 마지막 국회는 연말까지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예산 심사 보이콧은 물론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들은 줄줄이 발이 묶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야권의 장외투쟁이 장기화될 경우 ‘국정 발목잡기’ 프레임 덫에 빠질 수 있는 데다, 정부·여당 역시 ‘민생 골든타임’을 위해선 야권의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물밑 협상을 통해 대치 정국을 풀 ‘묘수’ 찾기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여야는 향후 ‘3+3’ 회동을 갖고 청와대 5자 회동 논의 결과를 실질적으로 협의키로 했다고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밝혀 극적 타결의 여지를 남겨 뒀다. 하지만 정부의 경제활성화 법안이 순조롭게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회동 직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의료사업지원법 △관광진흥법 처리에 진전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역사인식이 상식과 너무 동떨어져 거대한 절벽을 마주한 것 같았다”며 “한마디로 왜 보자 했는지 알 수 없는 회동이었다. 모처럼 회동을 통해 국민들께 희망을 드리고자 했지만, 아무런 희망을 드리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박근혜 책임론’을 거론,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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