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상봉] 북한, 남측 기자단 '언론자유' 침해?…노트북 검열 '논란'

2015-10-22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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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에 '무능대응' 비판도

제2차 이산가족상봉 1회차 2일쨰인 21일 낮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호텔 연회장에서 열린 공동중식에 참석하기 위해 북쪽 가족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금강산 공동취재단 ·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북한이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동행한 남측 기자단의 노트북을 무리하게 검열하는 등 간섭이 지나쳐 '남측기자 길들이기'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산가족상봉 행사에 차지링 빚어질 것을 우려, 별다른 대책 없이 끌려 다니고 있어 사실상 '무능 대응'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결국 2차 상봉단과 동행 취재하는 기자단은 아예 '빈 노트북'을 들고 가게 됐다.

오는 23~25일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 2차 행사에 동행 취재하는 기자단은 21일 북측이 1차 행사를 취재했던 첫 번째 기자단의 노트북 내부 파일을 일일이 열어보는 등 간섭이 지나치자 개인 노트북 대신 현대아산이 제공하는 '빈 노트북'을 가져가기로 했다.

앞서 상봉 행사 첫날인 20일 북한은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 1차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입경하는 남측 기자단 29명의 노트북을 북측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전수 검사를 실시했다.

애초 북측은 노트북을 아예 걷어서 검사한 뒤 오후에 숙소로 가져다주겠다고 통보했으나, 기자단의 반발로 현장에서 검사가 진행됐다.

북측 세관 직원은 기자단 29명의 노트북 파일을 일일이 열어 봤다. 노트북의 암호를 풀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북측의 지나친 간섭에 기자단이 항의했으나, 북측 직원이 발끈해 "법과 원칙에 따라 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치면서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기자단의 잇단 항의에도 북측은 끝끝내 노트북 전수 검열을 고집했고, 이 때문에 행사 일정이 약간 지체됐다.

결국 기자단을 제외한 상봉단이 먼저 금강산으로 출발했고, 기자단은 예정됐던 일정보다 30분 정도 늦어진 오후 2시께 이산가족 면회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북측은 기자단이 행사 영상을 담아 남측으로 보내는 행낭(주머니)에 대해서도 내용물 확인을 요구해 반발을 샀다.

이 때문에 당일 방송과 사진에 대한 보도가 예정보다 지체되는 사고 아닌 사고가 발생했다.

남측 기자단은 언론 통제가 심한 북한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이러한 처사는 '언론 자유 침해'에 해당하는 지나친 행위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같은 인도주의적 행사에서까지 북측이 상대방에 대한 존중 없이 남측 기자단을 대상으로 '도를 지나친 검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북측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우리 정부의 '저자세' 지적도 제기된다.

우리 정부는 검열을 강요하는 북측과 남측 기자단 사이의 갈등에도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해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 전반에 걸쳐 북측에 주도권을 빼앗긴 채 '저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이날 밤 입장을 내고 "우리 측은 기자단 대상 노트북 전수조사와 행낭 내용물 확인 요구 등으로 상봉행사 일정이 일부 지연된 것에 대해 북측에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고 행사의 원만한 진행에 협력할 것을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이어 "앞으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북측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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