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좀비기업을 적극적으로 정리하려면 일선에서 기업을 상대하는 채권은행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고 보고 이들을 독려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TFT는 은행의 여신심사 때 해당 기업 뿐만 아니라 해당 산업 전망을 함께 고려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A기업의 펀더멘털이 대출 적격과 부적격 경계선상에 있을 때 해당 업종의 전망이 나쁘다면 부적격으로, 업종 전망이 좋다면 적격으로 심사하는 방식이다. 여신심사 항목에 업종 전망이 추가되면 현재 업황이 나쁜 조선이나 해운 업체들이 당장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TFT를 통해 마련되는 개선안에 따라 각 은행들도 좀비기업에 대한 대출심사를 보다 엄격하게 할 방침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3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부실기업, 이른바 좀비기업은 2009년 2698개에서 지난해 3295개로 증가했다. 특히 대기업 중 좀비기업 비중은 2009년 9.3%에서 지난해 14.8%로 늘었다. 이들 좀비기업은 정상적인 다른 기업의 자금 활용 기회를 빼앗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좀비기업을 유지시키는 은행 직원과 지점에 성과평가(KPI)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여신심사제도를 정비하기로 했다. 반대로 좀비기업을 적극적으로 정리하는 은행 직원과 지점에는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KPI를 손보기로 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KPI 개선에 대한 방향성을 언급한 만큼 이 부분을 포함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좀비기업을 정리하더라도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좀비기업에 적절한 금융지원을 해준 결과 산업 전체에 긍정적인 외부효과가 나타나 정상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일부 좀비기업 중에는 향후 성장성이나 전체 산업에 미치는 효과 등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자금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좀비기업의 긍정적 외부효과 가능성을 고려해 좀비기업 모두를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여기지 말고, 그 가운데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