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택시잡기' 서울시, 해피존 반쪽짜리… 공급 안늘어 승차난 해소 어려울 듯

2015-10-2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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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불금' 심야시간이면 매번 택시잡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강남역에 임시승차대인 '해피존'이 운영된다. 차도까지 침범하는 무질서한 택시문화를 개선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구상이다.

서울시는 관련 조합들의 재정 협조로 이곳에서 승객을 태우는 택시들에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는 당근책까지 내놨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해피존 이외에서 승하차가 이뤄져도 처벌 규정이 없고, 지정 장소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과 교통혼잡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는 오는 23일부터 연말까지 매주 금요일 밤, 강남역~신논현역 770m 구간에서 택시 새치기나 승차거부 없는 '해피존'을 마련한다고 21일 밝혔다.

자정 이후 강남대로에 택시를 타려는 시민들이 한데 몰리며 기사는 '골라 태우기', 시민들 간엔 '차량 가로채기' 등 고질적인 현안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승객은 강남역~신논현역 구간 방향별 각 3개소씩, 총 6개소 승차대에 기다리면 줄 서는 차례로 타게 된다.

아울러 수요 대비 절대적으로 부족한 택시 공급난을 풀기 위해, 해피존 택시에게는 기사들이 속한 조합에서 건당 3000원을 지원한다.

이 지원비는 올 연말까지 2개월 동안에는 조합 측이 부담하지만, 내년 1년은 전액 혈세인 시비로 충당할 예정이다.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서울시 택시기본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했으며, 2016년 예산은 5억6200만원으로 예상했다.

그렇지만 택시업계 측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정 요일이나 시간에 수요가 집중될 때 택시 공급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한 승차난을 해소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일례로 전체 택시(약 7만2000대)의 70% 수준을 차지하는 개인택시 30% 가량이 한 달 가운데 한 차례도 심야(오전 0~2시)에 운행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시 말해 개인택시의 자발적 참여가 없으면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란 주장이다.

또한 해피존 밖에서의 택시영업이 종전처럼 가능해 짧은 거리를 피하는 승차거부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당장 택시와 승객은 해피존이란 정해진 장소로 이동하는 불편 및 수요가 공급이 한꺼번에 집중될 땐 교통혼잡을 유발할 수도 있다.

한 택시업계 관계자는 "해피존은 택시 승차문화를 질서있게 해주는 역할이므로 공급이 늘어난다고 볼 수 없다. 더욱이 3000원 더 받겠다고 막히는 강남까지 일부러 갈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이윤재 전무이사는 "결국 승차난이 일어나는 시간과 지점에 택시가 투입돼야 승차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야시간 운행을 원하는 운전자들이 최대한 현장에 나오도록 현행 9조를 5조로 바꾸거나, 개인택시의 부제 해제도 검토돼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정책은 캠페인 성격이라 해피존 이외 영업이나 승하차 지점을 강제하고, 개인택시를 의무적으로 투입하기도 힘든 게 사실"이라며 "택시업계의 적극적 협조와 함께 시·자치구, 조합 등이 시민들을 승차대로 안내하는 한편 불법영업의 단속 병행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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