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한국 노인은 소득수준이 낮고 전체 소득에서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이를 만큼 소득 구성의 질조차 나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늙어서도 일하지 않고는 생활을 유지하기 버겁다는 말이다.
20일 이순아 국민연금연구원 박사는 이런 내용을 담은 '노인가구의 소득수준과 공적 노후소득보장의 국가간 비교'란 보고서를 연구원의 '연금포럼' 가을호에 발표했다.
이 박사는 룩셈부르크소득연구(Luxembourg Income Study·LIS) 소득자료를 이용해 노르웨이·핀란드·덴마크·폴란드·네덜란드·독일·미국·캐나다·영국·호주·대만·한국 등 12개국의 노인가구 소득수준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중위소득 50%를 기준으로 살펴본 각국 65세 이상 노인가구의 상대 빈곤율은 노르웨이 1.5%, 덴마크 1.7%, 네덜란드 3.6%, 폴란드 6.5%, 호주 7.6%, 영국 7.9%, 캐나다 8.5%, 독일 10.2%, 핀란드 11.7%, 미국 19.3%, 대만 26.6% 등이었다. 한국 노인가구의 상대 빈곤율은 46.9%로 조사대상 국가 중에서 가장 높았다.
노인 빈곤율은 중위소득 50% 미만에 해당하는 노인가구 비율을 말한다. 중위소득은 모든 가구를 소득 순서대로 줄을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있는 가구를 의미한다. 저소득층은 중위소득 50% 미만을, 중산층은 중위소득의 50~150%를, 고소득층은 중위소득의 150%를 넘는 경우를 일컫는다.
근로소득·사업소득, 자산소득, 이전소득 등으로 짜인 노후소득의 구성을 보면, 한국과 대만을 뺀 모든 국가에서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이상이었다. 네덜란드는 이 비중이 90%를 넘었다.
이들 서구 복지국가 노인의 이전소득은 연금·보편수당·공공부조급여 등 국가가 지급하는 공적 이전소득이었다. 해당 국가 노인들은 일하지 않고도 노후소득을 확보할 수 있어 경제활동에서 벗어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반면 한국은 그러잖아도 적은 노후소득에서 이전소득의 비중은 48.6%에 불과했다. 이전소득 중에서도 부양의무자나 후원자 등이 지원하는 사적 이전소득이 19.8%나 됐다. 다른 서구 복지국가의 사적 이전소득은 0.1~0.4%에 머물렀다.
이처럼 공적 이전소득의 비중은 작은데 상대적으로 사적 이전소득의 비중이 높은 것은 아직은 전통적인 가족부양 책임 의식이 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한국인의 노후소득에서 근로·사업소득의 비중은 49.9%에 달했다. 많은 한국인이 늙어서도 소득 활동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일을 하며 생활비를 충당한다는 것을 뜻한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 경제적 수준이 꽤 높지만 아직은 복지체제가 미흡한 실정이라고 이 박사는 분석했다.
이 박사는 특히 서구 복지선진국들과 비교해 노인의 근로·사업소득 비중이 높고, 공적 이전소득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사적 이전소득의 비중이 높은 현실은 여전히 노인 소득보장에서 개인과 가족에게 그 책임이 더 크게 지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이 박사는 "인구고령화가 가속화되고 고령 노인 단독가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노후소득 보장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며 "다층적 연금체계의 견실한 구축과 함께 기초연금 등 노인 대상의 보편적 수당의 발전이 요구된다"고 제시했다.
또한 "가족의 부양 여부를 떠나 정부는 빈곤 노인이 적절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책임져 빈곤 노인이 단 한 명도 복지정책에서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