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아이클릭아트]
19일 업계에 따르면 SK E&S는 10여년 전 체결한 계약 덕분에 현재도 유리한 가격조건에 천연가스를 공급받고 있다.
SK E&S는 2004년도에 BP로부터 향후 20여년간 천연가스를 구매하기로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2004년은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평균 30달러대에 불과할 정도로 저유가였다. 당시 가격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한 SK E&S는 이후 유가가 100달러를 넘는 고유가 시대에 진입하면서 상당한 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천연가스 구매 가격조건은 개별 기업의 계약협상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유가에 연동한다.
장기계약에는 도중에 시장 상황이 급변할 경우에 대비해 가격조건을 재협상할 수 있는 프라이스리뷰 조항을 계약서에 추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SK E&S는 20년 장기계약에도 불구하고 프라이스리뷰 조항을 배제했다. 당시 유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과감한 베팅을 한 것이 득이 됐다.
최근 유가는 40달러대까지 떨어졌지만 SK E&S는 여전히 스폿거래 가격보다 유리한 조건에 천연가스를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 E&S는 LNG(액화천연가스)발전소를 가동하는 민자발전사로서 천연가스를 직도입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SK E&S와 비슷한 시기에 BP와 장기계약을 체결했는데, 프라이스리뷰 조항을 달아 10년이 지나 가격 재협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한화케미칼 등 한화계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현대오일뱅크 역시 계약서를 잘 쓴 사례다.
현대오일뱅크는 1999년 한화에너지를 인수할 당시 계약서에 한화에너지가 행정법규를 위반한 사항이 발견되면 500억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손해배상을 받기로 조항을 달았다.
이후 한화에너지는 군납유류 입찰 담합 혐의가 적발돼 과징금 475억여원을 부과 받았다. 이에 현대오일뱅크는 한화측에 벌금 비용 등 32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재판은 1심과 2심 끝에 대법원 재판까지 이어져, 결국 지난 15일 대법원은 계약서 조항의 효력을 인정하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결국 계약서 문구 하나가 수백억원의 가치를 발휘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