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수출업체도, 투자자들도 사업·투자 계획을 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6일 원/달러 환율 종가는 달러당 1129.1원으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9월 정례회의 직전인 지난달 15일(1186.7원)보다 57.6원 내렸다.
달러화와 비교한 원화 가치는 한 달 새 4.9% 올라 G20 국가 통화 중 4번째로 절상률이 높았다.
반면에 엔/달러 환율은 지난 16일 달러당 118.94엔으로, 한 달간 1.16% 절상되는데 그쳤고 유로화와 위안화도 달러화 대비 각각 0.6%, 0.3% 절상되며 안정적으로 움직였다.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등 우리나라의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상대적으로 탄탄한 점을 고려하면 원화의 절상 속도가 유독 가파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상황은 전혀 달랐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9월에 인상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7일 1203.7원까지 올랐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서 달러화 자금이 이탈해 미국으로 환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이 9월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후 원화는 급격한 강세 국면에 들어섰다. 연내 미국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돼서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국제금융실장은 "미국이 올해 안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떨어졌던 원화 가치가 빠르게 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환율 변동성이 커졌지만, 미국 금리가 늦어도 내년 초엔 인상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 연말 원/달러 환율을 1170∼1190원으로 전망한다"며 "1200원 이상으로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1150원대를 넘겨 상승 추진력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 업체들에는 이득이지만 외국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연구위원은 "정부가 수출 경쟁력을 지키면서도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적정 환율 수준을 고민해야 한다"며 "미세 조정으로 환율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원화가 급격히 강세로 돌아서자 외환 당국도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외환 당국 관계자는 "원화 강세 속도가 빠른 것을 유의해서 보고 있지만 다른 통화와 원화 움직임이 크게 괴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과도한 환율 변동성이 보일 때는 안정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