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관치금융 시대]금융개혁 이름으로 금융사 옥죄는 '신 관치금융'… 한마디에 은행들 일사분란

2015-10-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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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정권 코드 맞춤형 금융상품 출시, 은행점포 영업시간 확대 검토, 최고경영자(CEO) 연봉 자진 반납 등 정부 당국의 말 한마디에 금융사들이 '알아서 기는' 행태가 연출되고 있다. 금융개혁의 미명 하에 금융업계를 옥죄는 '신(新)관치금융'이 판을 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정부에서 주문하면 금융사들이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새로운 형태의 관치금융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오후 4시면 문을 닫는 은행이 어디 있느냐"는 최경환 부총리의 발언 이후 은행들은 부랴부랴 점포 영업 시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발언 직후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변형근로시간제 확대를 고려하겠다"고 밝혔고, KB국민은행 등도 이같은 움직임에 동참하고 나섰다. 지난 15일에는 시중은행장과 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회의를 열고 은행 영업시간을 공동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최근 각 은행마다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으로 탄생한 상품이다. 지난달 15일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청년 실업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자 청년희망펀드를 직접 제안했고, 불과 엿새만에 은행들이 관련 상품을 내놓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제안했는데 은행들이 어떻게 무시할 수 있겠느냐"면서 "최근 금융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금융업계에 다양한 요구를 하고 있지만 사실상 관치금융과 다르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김정태 하나금융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등 금융지주 회장들이 잇따라 연봉 30%를 자진 반납하겠다고 나선 것도 정부가 금융권을 상대로 청년 일자리 창출을 강조한 직후였다. 이를 시작으로 지방 금융지주와 시중은행 CEO들도 연봉 반납에 동참해야 했다.

문제는 이같은 관치금융이 국내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경영전략을 수립하다보니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보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는 커녕 한국 금융산업 경쟁력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웃지 못할 일이 현실로 나타나게 됐다는 지적이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금융산업 경쟁력에서 한국은 140개 국가 가운데 87위에 머물렀다. 우간다(81위), 가나(76위), 르완다(28위) 등 아프리카 국가보다 뒤쳐진 것이다.

금융당국의 정책과 감독 효율성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각도 부정적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2015년 하반기 금융신뢰지수 결과를 보면 금융감독기관 효율성에 대한 신뢰지수는 64.3점으로 9개 항목 중에서 8위를 차지했다. 금융정책 적정성 점수도 73.2점으로 7위를 기록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금융감독의 효율성 및 금융정책의 적정성 부문에 대한 신뢰 개선 노력이 중요하다"며 "이 부문의 점수를 올리려면 비공식적 행정지도 등 그림자 규제를 폐지하고 가격 개입 및 낙하산 인사 선임 자제를 실제로 이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금융개혁의 1순위 과제는 관치금융의 근절"이라며 "진정한 금융개혁을 위해서는 관치금융을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실천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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