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정훈 기자 = 현대로템은 철도 부문 해외 수주 부진에 따라 3분기에도 흑자 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4분기 연속 부진한 기록이다.
현대로템의 상반기 철도부문 매출액은 66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310억원으로 증가했다. 플랜트 부문도 매출은 증가했지만 국내외 수주에 따른 일회성 비용 증가로 상반기 2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3분기도 암울하다. 정동익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 6일 발표한 자료에서 “3분기 매출액 8259억원, 영업손실 93억원을 전망한다”면서 “올해 누적 신규수주는 8000억원으로 연초 사업계획 목표 4조4000억원의 18.2%에 미치는 저조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현대로템의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주력인 철도 부문 해외수주 및 매출 증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3분기도 잇단 해외철도 수주 전에서 중국과 일본기업에 밀려 실적 전망이 어둡다.
3분기 유일한 해외 수주는 터키 안탈리아시 트램(노면전차) 수주로 규모는 386억원이다. 터키에는 지난 2007년 12월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설립한 현대로템의 ‘유로템’ 공장이 있고, 이곳에서 연 120량을 생산할 수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도 터키 이즈미르 트램 775억원 수주외에 따낸 것이 없다. 실적개선을 위해 해외 수주는 최우선 과제라고 볼 수 있다.
업계는 현대로템의 해외 수주가 어려운 이유로 고속철 실적 부재와 금융지원을 지적했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수주를 원하는 고속철은 ‘동력분산식’인데 현대로템은 ‘동력집중식’ 상용화 경험밖에 없다. 그동안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이 동력집중식 방식으로만 고속철을 발주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최근 2020년 완공되는 서해선(화성송산~홍성)과 경전선(밀양~광주)에 동력분산식을 채택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에 비해 한참 늦은 출발이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 고속철도 연장은 1만6000㎞로 세계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만 전년 대비 20% 증가한 7800억위안(약 141조원)을 투자했다.
올해만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반둥 간 150㎞ 고속철도 건설, 미국 라스베이거스~로스앤젤레스 370㎞ 구간 고속철도 사업, 태국 농카이~방콕~라용 867㎞ 구간의 철도복선화 사업을 따냈다. 또 뉴델리~뭄바이 간 1200㎞ 고속철 건설 타당성 연구용역 낙찰자로 선정됐다.
일본도 세계 최초 고속철이라는 기술력과 저금리 차관제공 등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약진하고 있다.
일본은 수주 규모 한화 18조원의 인도 뭄바이~아마다바드 500㎞ 공사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평가되고 있다. 태국에서는 방콕~치앙마이 670㎞ 구간에 신칸센을 도입하기로 합의했고, 약 14조원의 규모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해외 고속철 수주를 위해 사업계획 마련과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6일 말레이시아~싱가포르를 잇는 324㎞ 고속철의 내년 입찰을 위해 정부와 현대로템, 현대건설 등 민간기업은 한국 컨소시엄 협약식을 개최했다.
이외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에 민광합동 고속철 수주지원단의 해외홍보 활동을 진행했다. 8월에는 유일호 국토부 장관이 ‘싱가포르 건국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말~싱 고속철도 유치를 위해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업계 관계자는 “고속철이 초기 투자비용도 크고 쉽게 추진될 수 없는 사업이다”면서 “중국과 일본도 해외 고속철 건설은 진척되는 것이 많지 않다. 중국의 경우 자국 내 수주가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고속철 사업을 국가 대 국가의 사업을 봐줬으면 한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국내 실적이 없는 회사를 해외에서는 이해하지 못한다. 가격 경쟁력을 가진 중국과 기술력의 일본 사이에서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착공에 들어간 브라질 공장을 중심으로 페루, 콜롬비아, 볼리비아 등 남미 시장 개척을 준비하고 있다. 또 동남아 시장도 계속해서 철도 사업 확장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