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 올해 초 상을 당한 A 씨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장례식장 횡포에 분을 삭이지 못했다. 장례식장 측이 요구하는 물품만 사용해야한다는 말에 물품단가를 보니 시중보다 터무니없이 비쌌던 것. 더욱이 친동생이 다니는 회사에서 물과 음료수를 제공받았지만 이마저도 반입이 거부되는 등 장례식장 측과 승강이를 벌여야만 했다. A 씨는 “장례식장 계약 때 외부 음식 등 물품 반입 금지에 관한 설명을 듣지 못했고 주변 지인들이 보내주는 물품도 고스란히 돌려보내야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며 “장례식장 측은 일방적인 임대약관을 들어 안 된다는 배짱 영업만 일삼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장례식장의 고질적인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외부음식 반입금지를 비롯해 분실물건 및 사고에 대한 사업자 책임회피 사례도 빈번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불공정약관을 운영해온 건국대학교병원·삼성서울병원·국립중앙의료원·삼육서울병원·을지병원·강동성심병원·동주병원·중앙병원 장례식장 등 서울 소재 29개 영업자를 적발, 해당 약관조항을 시정조치했다.
불공정약관 유형을 보면 24개 사업자는 식중독 예방 등을 핑계로 외부음식 반입을 일체 금지해왔다. 장례식장 허락없이는 외부로부터 음식물·식자재·음료·1회용품 일체를 반입할 수 없게 한 것.
이에 공정위는 변질의 우려가 적은 비조리음식(과일류·음료·주류 등)의 반입은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변질가능성이 큰 조리음식(밥·국·전류·반찬류 등)은 당사자 간의 협의로 반입여부를 결정토록 했다.
아울러 국립중앙의료원·서울복지병원·영재(녹색병원)·명지성모병원·영등포병원·신화병원·대한병원 장례식장의 경우는 장례식장 계약해지 때 사용료 전액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조항을 운영해왔다. 공정위는 계약해지 때 실제 이용한 기간만큼의 사용료만 지불하도록 ‘과중한 원상회복의무 조항’을 고쳤다.
또 사고발생 때 사업자면책 조항을 운영한 이대목동병원·서울복지병원·서울장례식장 등 8개 사업자의 조항도 시정했다. 이들은 임차 건물 내에서 발생한 모든 사고에 대해 임차인 책임으로 돌리는 등 장례식장의 배상책임의무를 규정하지 않았다.
이에 공정위는 시설물 하자, 종업원의 고의·과실 등 사업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사고발생 때에는 책임을 사업자가 지도록 했다. 이 밖에도 분실·훼손·도난도 사업자가 손해배상토록하고 관할법원을 민사소송법에 따라 정하도록 했다.
민혜영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이번 불공정 약관 시정을 계기로 장례식장을 이용하는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장례서비스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관행을 형성하는 기여할 것”이라며 “관혼상제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불공정 약관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