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퇴근 무렵, 막걸리 한 잔하자는 최고경영자(CEO)의 휴대전화 문자 연락을 받고 서둘러 식당에 뛰어갔다.
참석한 사람은 자신을 포함해 타 부서 사람 세 명과 최고경영자(CEO) 뿐. CEO가 무작위로 연락한 이들이었다. 한 테이블에서 얼굴을 마주하며 막거리를 한 잔, 두 잔 마시며 회사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주고 받다보니 어느덧 CEO와 직원이라는 관계도 무장해제된다. 자리가 끝날 무렵 CEO는 퀴즈를 낸 뒤 정답을 맞춘 직원에게 상품권을 선물했다.
지난 6월 25일, 대표이사 부회장에 취임한 장 부회장이 가장 먼저 진행한 일정은 전국에 있는 사업장을 찾아가 현장 직원들을 격려하는 것이었다. 특히 매번 순시 때마다 정해져 있던 루트에서 벗어나 제품창고, 시험실 등 평소 잘 둘러보지 않던 곳을 방문해 직접 산 아이스크림과 치맥 회시비를 전달했고 그 자리에서 직원들과 개선사항에 대한 열띤 토론을 나누기도 했다. 공장 순시 후에는 이름순, 혹은 직급별 등 색다른 기준을 적용해 저녁식사를 가졌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본사 직원들과의 소통은 더욱 수시로 이뤄진다. 사무실을 깜짝 방문해 직원들과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는가 하면, 랜덤으로 점심 데이트를 요청하기도 한다. 올 상반기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만 20여 차례 직원들과 점심을 함께한 장 부회장은 직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외우고, 동국제강 내부 소통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샷을 올려 즐거운 한때를 공유하고 있다.
장 부회장의 파격은 직원들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지난 2013년 출입기자단이 유니온스틸 부산공장을 견학한 뒤 가진 점심식사 자리에서, 넥타이가 잘 어울린다는 기자의 말에 곧바로 넥타이를 풀어 선물하는가 하면, 대외행사장에서는 자신을 어려워하는 기자들에게 먼저 다가와 인사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러한 장 부회장의 ‘소통경영’은 비단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포항제강소에 재직할 당시에는 축구팀을 만들어 직원들과 수시로 함께 운동을 했고, 유니온스틸 사장 재임 때는 매주 월요일 아침 자신의 통근 차량으로 막내급 직원들을 태워 함께 출근하거나, 한 달에 한 번 자율복장으로 출근해 일찍 퇴근하는 ‘캐주얼 데이’ 등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의 경영철학은 올해 동국제강과 유니온스틸이 합병한 이후에도 변함없이 적용되고 있다. 직원들과 눈높이를 맞춘 시무식부터 창립기념일 단체 영화관람 등 매번 새롭고 기발한 이벤트를 만들어 나간다. 특히 시무식, 창립기념식, 노조통합 등 굵직한 행사 때는 단 한 번도 준비된 인사말을 읽은 적이 없다. 자신이 전하고 싶은 진심을 가감 없이 이야기하며 임직원과 함께 회사의 비전과 목표를 공유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CEO는 직원들과 소통하며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직원들의 로열티가 상승하고 회사에 대한 믿음도 높아진다. ‘CEO의 소통’은 직원들을 단합케 하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데 윤활유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CEO의 작은 스킨십은 직원들의 마음과 행동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
장 부회장은 최근 임금 단체협약 행사 때 “직원들을 위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복지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직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강력한 리더십이 아닌 CEO의 ‘따뜻한 몸짓’이다”는 경영 윤리학자 스티브 해리슨의 말처럼, 장 부회장의 소통경영은 위기의 동국제강이 단결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