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마사회가 멀쩡한 전광판을 놔두고 120억원짜리 전광판 건립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더군다나 142억원 규모의 전광판 공사를 특정업체가 거의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황주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국마사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마사회가 내년 8월을 목표로 기존의 전광판을 세계 최고 수준의 멀티비전으로 교체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추진하는 전광판은 120억원이나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으로 크기 및 화질이 경마장 기준으로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여느 스포츠 경기장과 비교해도 최대 규모다.
황주홍 의원은 "마사회는 가장 오래된 전광판이 2001년에 설치돼 10년정도의 수명이 이미 초과돼 교체해야한다는 주장을 내놨다"며 "하루 평균 18시간씩 10년 동안 출력하면 수명이 다됐다고 할 텐데 마사회 전광판은 경마가 있는 주 3일 10시간미만을 출력해 연간 1470시간만 상영했다. 40년은 족히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라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현재 사용 중인 전광판 관련 민원이 제기됐다거나 관련 사고가 발생하는 등 교체해야 할 특이사항도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황 의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경마수준은 ICSC(국제경주분류표준위원회)가 선정한 최하위 등급에 속해있는데, 전광판만 세계 최고수준으로 설치한다고 경마수준이 올라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마사회가 전광판 교체를 통해 다양한 활용방안을 제시한 것에 대해 황 의원은 "전광판 교체 후 매출상승률이나 입장인원의 목표와 같은 구체적 계획도 세우지 않은 채 120억 대규모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위험요소가 크므로 현 상황에 맞는 전광판 교체 사업을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142억 규모의 전광판 공사 가운데 110억원의 공사를 특정업체가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민수 의원에 따르면 마사회가 기존 총 142억원의 전광판 사업 가운데 무려 77%에 해당하는 110억원 상당의 전광판 공사를 D주식회사 한 곳에서 독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전광판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큰 실적이 없는 업체가 단독으로 추진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통상 대형 전광판 공사의 경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업체간 컨소시움을 구성해 진행하지만 마사회는 단독업체만 고집하고 있다.
서울의 6개 전광판 가운데 4개 71억5000만원 상당의 전광판 공사를 D주식회사에서 낙찰 받았다. 나머지 두 개는 8억9000만원 상당으로 T주식회사와 S주식회사가 나눠 받았다.
부산의 경우에도 3개 가운데 2개 38억9000만원 상당 공사를 D주식회사에서 나머지 1개 3억7000만원은 H주식회사가 낙찰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 142억원의 전광판 사업 가운데 무려 77%에 해당하는 110억4000만원 상당의 전광판 공사를 D주식회사에서 독식한 것이다.
이에 박 의원은 "기존 전광판을 이용해 경기를 진행하고 운영함에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서 새로운 전광판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예산낭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특정업체 몰아주기 의혹 등 다양한 문제점이 불거진 만큼 사업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