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워싱터특파원 박요셉 기자 =지난 8월 미국의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가짜 회원 만들기 전문가'라는 사람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그 사람은 대부분의 데이트 사이트에 가입된 여성 회원 중 약 2%만이 실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사에서는 "데이트 사이트의 회원들은 환상에 돈을 지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얼마 전 불륜 조장 사이트 애슐리 메디슨(Ashley Madison)을 해킹한 해커들이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던 수백만의 개인정보를 포함한 파일을 공개했다. 이후 항간에는 “부통령 아들도 가입했다”, “수없이 많은 목사들도 회원으로 드러났다”는 등의 소문이 확산됐다.
더 큰 사회적 문제는 이들 데이트 사이트에서 만난 상대방에게 속았다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FBI에 따르면 미국의 데이트 사이트에서 만난 사람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신고가 일 년에 수 천 건에 이른다고 한다.
데이트 사이트들은 전체 프로필에서 사기꾼이 차지하는 비율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데이트 사이트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사기꾼들은 어딜가나 있다고 말한다. 지난 해 달라스 지방법원에서 제기된 소송의 원고측은 ‘매치닷컴’ 프로필 절반 이상이 “사용되지 않고 있거나 가짜거나 사기성이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데이트 사이트를 통해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고 결혼까지 성공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반면 데이트 사이트에서 상대를 찾다가 사기만 당했다는 사람, 사기까지는 아니어도 실망만 했다는 사람도 왜 그리 많은 것일까?
여기에는 사람의 심리적 문제도 원인이 된다. 모르는 상대와 온라인 데이트를 즐길 때 상대에 관해 기대가 크면 클수록 실제로 만났을 때 실망도 크다는 것이다. 또한 이럴 때 여성이 남성보다 더 큰 충격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버드대 경영대학 연구팀은 온라인 데이트를 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에 관해 많은 것을 알게 되면서 설레던 감정이 실망으로 변하고, 기대가 컸던 사람일수록 상대방을 실제로 만나면 크게 실망한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온라인 데이트의 경우 여성들이 더 크게 실망하는 이유는 이들이 진지하게 ‘영혼의 동반자’를 찾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성들은 보다 가벼운 관계를 원하기 때문에 실망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온라인 상의 자기소개가 제한적이고 약간의 과장과 거짓말이 보태지는 데다 모호함이 겹쳐 사람들의 상상력을 부추기기 때문에 온라인 데이트에 관한 기대감이 부풀려지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이들은 “온라인 데이트도 현실의 데이트와 다름없이 한 눈에 짝을 만나기는 힘들다는 사실만 기억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