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한화그룹이 전직관료와 총수 친인척, 유력 경쟁사 임원 출신을 주로 앉혀 온 한화투자증권 대표 자리에 한화맨을 보내기로 했다.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현 대표는 회사경영뿐 아니라 대외업무에서도 한화그룹 측과 갈등을 빚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잡음을 해소하는 동시에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 인사가 풀이되는 가운데, 과거 한화투자증권 최고경영자(CEO)가 바뀔 때마다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전자공시로 확인 가능한 1999년 이후 진영욱 전 정책금융공사 사장부터 주진형 현 사장까지 총 6명을 CEO로 선임했다. 재임기간은 길면 3년, 짧으면 2년으로 사실상 연임 사례는 없었다.
행시 16회 출신인 진영욱 전 사장은 1999년 5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본부국장을 거쳐 한화투자증권 대표로 왔다. 진영욱 전 사장은 외형을 키워 회사를 대형사로 올려놓으려 했고, 중소형사인 한화투자증권에는 어려워 보였던 한국가스공사 상장 주관도 따냈다. 그러나 당시에는 기업공개 주관사가 일정 기간 주가를 부양해야 할 의무가 있었고, 상장 이후 가스공사 주가가 뒷걸음질을 치면서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
이런 진영욱 사장에 이어 2002년 12월 한화투자증권 대표로 선임된 안창희 전 사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친인척으로 이종사촌형이다. 안창희 전 사장은 외형을 키우려했던 진영욱 전 사장에 비해 내실에 무게를 두겠다고 밝혔다. 달리 얘기하면 외환위기 이후 2차 구조조정을 실시해 경영 효율화를 꾀한 것이다. 하지만 서강대 출신인 안창희 전 사장이 회사 내부에 같은 대학 출신을 중심으로 파벌을 조성한다는 논란이 일었고, 그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2005년 11월에는 진수형 현 한국IR협의회 회장이 한화투자증권 대표로 뽑혔다. 진수형 회장은 서울투신운용·산은자산운용 대표를 역임했던 증권맨으로 이때부터 한화투자증권 대표에 경쟁사 출신이 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진수형 사장 임기 말인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증권업황이 전반적으로 나빠진다.
◆푸르덴셜증권 합병성과 기대이하
이용호 현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부회장은 금융위기로 크게 시름하던 2008년 12월 한화투자증권 수장에 오른다. 앞서 이용호 부회장은 한화그룹 비서실, 구조본, 한화생명을 거쳤다. 인수합병(M&A) 귀재로 알려진 이용호 부회장은 푸르덴셜투자증권 인수전에도 나선다.
합병을 마친 한화투자증권은 2011년 2월 임일수 전 푸르덴셜투자증권 사장을 새 대표로 선임한다. 임일수 전 사장은 임기 종료를 앞두고 연임을 확정했지만,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합병으로 회사가 커졌지만, 부진한 실적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한화투자증권은 2013년 9월 삼성증권·NH투자증권 임원 출신인 주진형 현 사장을 새 대표로 뽑는다. 주진형 사장은 재임기간 줄기차게 고객중심 경영전략을 펼치면서 증권가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주진형 사장은 한화그룹 측과 나란히 움직여야 할 때 번번이 엇박자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여승주 한화그룹 부사장을 새 대표로 내정했다. 여승주 부사장은 11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그는 삼성그룹과 빅딜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