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시멘트 점유율 1위 기업인 쌍용양회의 최대주주인 일본 태평양시멘트(이하 태평양)가 뿔이 단단히 났다. 채권단을 대상으로 경영권 침해금지 가처분 소송을 법원에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 의지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들은 채권단측이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다는는데 입을 모은다. 아울러 태평양측은 우호세력 확대 등을 통해 경영권 사수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8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태평양은 지난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KDB산업은행 등 주요 채권단으로 구성된 출자전환주식매각협의회(이하 협의회)를 상대로 쌍용양회의 추가 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에서 협의회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과 우선매수청구권 지위를 재확인하는 본안소송을 각각 제기했다.
현재 태평양이 보유중인 쌍용양회 지분은 32.36%, 산업은행과 신한은행, 서울보증보험 등 채권단 지분은 46.83%다.
태평양측이 이처럼 강력히 대응하는 이유는 지난 2005년 쌍용양회 채권단이 대출금을 출자전환하면서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데 합의했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합의 내용이 문서화가 되지 않은 구두로 이뤄진 만큼 실효성 여부를 두고 양측의 의견이 엇갈렸고, 이미 법리적인 절차를 통해 태평양측에 경영권 및 우선매수청구권에 대한 효력이 인정된 상황인데도 채권단측이 매각을 강행하려 한다는 점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들은 태평양 입장에선 이번 매각 강행에 대해 총력대응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관계자는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뒤 한계기업들의 생존을 위해 외자를 적극 유치했다”면서 “당시 가장 먼저 투자를 진행한 곳이 태평양시멘트였고, 그만큼 상징성이 높다”고 말해 태평양측이 적극적인 경영권 사수에 나설 것임을 예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간 건설업이 호황과 불황을 이어왔는데 불황의 기간이 호황일 때보다 많았다. 태평양은 불황에도 꾸준히 기업을 경영하는데 노력한 것으로 안다”면서 “이번 매각 강행에 적극 대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태평양은 쌍용양회가 실적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어 현재와 같은 지분 및 경영권 보유가 가장 이상적이다. 우선매수권을 청구하기엔 자금력이 문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3월~6월) 기준 태평양의 현금성 자산은 총 574억엔(5800억원)인 반면 우선매수권 청구를 위해서는 최소 6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상태다.
상황이 이런 만큼 태평양측은 시장점유율을 소폭 줄여주는 대신 우호세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태평양이 가장 원하는 것은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점유율(M/S)을 소폭 축소하는 조건으로 우호세력을 만들고, 유통주식을 사들여 경영권을 강화하는 방법도 고려될 수 있다”면서 “태평양측이 경영권 유지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고, 만일 채권단 지분이 시장에 나온다 해도 별다른 메리트가 없는 만큼 관련 업체들이 연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