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 돌고래호 전복] 승선원 엉터리 신고에, 구명 조끼 안입어 피해 확산(종합)

2015-09-0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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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N 화면 캡쳐]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추자도 낚시어선 전복 사고로 10여 명의 사망자를 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전반에서 안전불감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여전히 안전의식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6일 각기 상황을 종합해보면, 돌고래호에는 몇 명이 탔는지 불확실하다. 일반적으로 승선 인원 명부는 출입항 당시 해경에 신고토록 돼 있지만 해남 남성항은 소규모인 탓에 민간이 이를 대신한다. 승선 명부에 선장 김모(46)씨를 비롯해 22명이 출항을 신고한 것과 달리 4명은 실제 타지 않았고, 생존자 1명은 아예 명부에도 없었다. 허술한 선박 출입항 관리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승선원 일부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물위에 떠있는 시간을 연장시키는 구명조끼는 바다 위 생명지킴이로 불린다. 지자체 고시에서 낚시어선의 승객은 의무적으로 착용하도록 명시했다. 하지만 생존자 증언에서 "비가 와서 구명조끼가 축축해 승객 대부분이 착용하지 않은 채 옆에 놔두고만 있었다"고 했다.

◇사고 경위는

출조객은 승선자 중 1명이 부산에서 낚시방을 운영하며 모집했다. 절반 가량이 인터넷을 통해 부산에서 배를 탄 것으로 알려졌다. 추자도 인근으로 떠나는 낚시관광객이 몇 년 전부터 상당수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모객 중이라고 해경은 설명했다.

9.7t급 해남 선적의 돌고래호는 지난 5일 오전 2시께 김 선장과 관광객 20명 안팎을 태우고 전남 해남군 북평면 남성항에서 출항했다. 같은 날 오전 3시39분께 추자도에서 낚시를 한 다음 다시 해남으로 돌아가기 위해 오후 7시께 추자도 신양항을 떠났다. 그러나 40여분 뒤인 오후 7시44분께 갑자기 통신이 두절됐다.

돌고래호와 같은 시간 신양항에서 출항한 돌고래1호는 기상이 좋지 않아 항해가 곤란해지자 뱃머리를 돌려 오후 7시50분 추자항에 입항했다. 이 와중에 돌고래1호 선장은 2분 간격으로 돌고래호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얼마지나지 않아 통화에 실패하자 오후 9시3분께 해경 추자안전센터에 신고를 접수했다.

돌고래호는 11시간 가량이 지난 다음날 오전 6시25분께 추자도 남쪽의 무인도인 섬생이섬 남측 1.2㎞ 해상에서 뒤집힌 채 발견됐다. 최종 통신이 이뤄진 장소로에서 약 4.5㎞ 떨어진 곳이다.

◇구조 상황은

사고 해역은 전날 밤부터 초속 9∼11m 강풍이 불고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상태였다. 폭우가 내렸지만 풍랑 특보는 발령되지 않았으며 유의파고가 1.4m 수준으로 그다지 높지 않았다고 기상청은 전했다.

시신은 추자도 주변 해역 곳곳에서 발견됐다. 제주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승선자 중 3명의 생존을 확인했고, 사망자는 10명으로 집계됐다. 4명의 시신은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로 돌고래호의 위치가 마지막으로 확인된 추자도 예초리(하추자) 북동쪽 500m 해상과 가까운 예초리 인근 해상에서 찾았다.

이외 하추자도를 잇는 다리 아래와, 추자항(상추자)에서 각각 1구가 발견됐다. 다른 1구씩의 경우 전복된 배와 거리가 있는 섬도 및 후포리 양식장 부근에서 수색됐다. 또 다른 2구는 추자도 석지머리 해안과 우두도 서쪽 0.8㎞ 해상에서 건졌다. 특히 한 사망자는 점퍼로 아이스박스를 묶어 붙들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종합상황실에 즉각 차려졌다. 해경은 함정 38척을 동원해 수색에 나섰으며 해군 함정, 어업지도선 1척, 항공기가 동원됐다. 더불어 중앙특수구조단과 특수기동대, 122구조대 등 잠수요원 40여 명도 투입됐다.

◇생존자 상태는

생존자 3명은 김모(47·부산)씨와 이모(49·부산)씨, 박모(38·경남)씨다. 사고 당시 인근을 지나던 어선이 돌고래호 승선객 3명을 발견한 뒤 해양경찰에 신고해 구조됐다. 이들은 저체온증을 심하게 호소하며 곧장 해경헬기로 병원에 이송됐다. 병원으로 옮겨진 후 치료를 받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3명 가운데 이씨는 병원으로 이송된 직후 "당시 파도가 높았고 갑자기 '쿵'하는 소리가 난 후 배가 기울었다"며 "뱃머리 아래 선실에 9명과 함께 있다가 배가 전복되는 순간 뛰쳐나왔다"고 상황을 전했다.

해상 이동 중 잠들어 있었다는 박씨 역시 "순간적으로 배에 물이 들었고 시동이 꺼지면서 선장이 밖으로 나가라 했다. 너울이 많이 쳐서 배가 순식간에 뒤집혔다"고 긴박함을 알렸다. 

배가 전복되고 난간으로 올라간 이들 3명은 10시간 넘게 차가운 해상에서 버텨 이날 오전 6시25분께 수색 중인 어선에 의해 구조될 수 있었다. 생존자들은 "잠을 자고 있던 5명 정도가 못 나온 것으로 보인다", "배가 전복될 때 조끼를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고 알리기도 했다.

◇추자도 어떤 곳

뱃길로 1시간30분 거리의 추자도 해역은 갯바위 낚시꾼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다. 낚싯배는 돌고래호가 출항한 해남 북평면 남성항을 비롯해 땅끝항, 어란진항, 진도 서망항 등 4곳에서 주로 운영된다.

낚시꾼들은 우선 전남 해남과 진도항으로 이동한 뒤 현지 어선으로 출조를 떠난다. 1박 2일 일정이 대부분으로 주말 배가 모자랄 정도로 낚시관광객들에게 유명하다. 전국 낚시점에서 출조 모객을 찾고 있으며 요즘 참돔, 돌돔, 농어 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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