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의 작은 아기는 잠든 것처럼 엎드려 있다. 파도는 무심하게 아이의 몸을 쓸고 지나가지만, 미동도 없다. 시리아 난민인 에이란 쿠르디(3)는 이미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쿠르디는 참혹한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를 떠나 가족과 함께 터키에서 소형보트에 몸을 싣고 그리스 코스섬을 향해 떠났다가 변을 당했다. 쿠르디 일행을 태운 소형보트 2대에는 모두 23명이 타고 있었는데, 그 중 어린이 5명과 여성 1명 등 모두 12명이 숨졌다.
해변에 밀려온 아기의 시신 사진은 터키 도안 통신이 찍어 주요외신에 보도됐다. 이 사진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통해 급속히 퍼졌다. 전세계 언론들도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일제히 이 사진과 영상을 보도했다.
CNN은 "작은 희생자의 시신이 유럽 난민 위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워싱턴포스트는 "죽은 아기의 사진은 난민 비극의 상징"이라고 전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파도에 실려온 시리아 꼬마의 사진이 난민에 대한 유럽의 태도를 바꾸지 못한다면, 대체 무엇이 바꿀수 있겠는가"라는 제목으로 사건을 보도 했다. 또다른 영국 매체인 가디언은 영국과 독일의 난민 정책을 비교하는 기사도 함께 실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지중해를 건너서 유럽에 유입된 난민은 35만 명을 넘어섰다. 그리스와 발칸반도를 거쳐 서유럽으로 들어가는 이른바 '발칸루트'가 인기를 끌면서 그리스로 상륙한 난민이 23만5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코르디처럼 지중해를 건너다 숨진 난민은 무려 2643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