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릉)임의택 기자 =현재 D 세그먼트(중형급)의 최강자는 BMW 3시리즈와 메르세데스 벤츠 C클래스다. 호랑이와 사자 같은 두 라이벌의 대결은 늘 흥미롭다. 이 두 차에 대적할 차로는 아우디 A4와 렉서스 IS, 인피니티 Q50 정도가 꼽힌다.
독일차가 대세인 이 시장에 재규어가 XE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실 재규어가 이 시장에 처음 진출한 건 아니다. 포드 산하 시절인 2000년에 몬데오와 플랫폼을 공유해 만든 X타입이 있었다. 하지만 이 차는 몬데오와 차별화에 실패하며 시장에서 쓸쓸히 사라졌다.
재규어의 기함인 XJ의 아이덴티티를 새로운 레시피로 다듬은 스타일은 동급에서 단연 빛난다. 차체 길이는 3시리즈, C클래스, A4보다 짧지만, 휠베이스(앞뒤 바퀴 축간 거리)는 C클래스 다음으로 길다. 비좁은 뒷좌석을 지적 받았던 X타입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20d R-스포츠의 최고출력은 BMW 320d보다 4마력 낮고 벤츠 C220 블루텍보다는 10마력 높다. 반면, 20d R-스포츠의 최대토크는 동급에서 가장 강력한 43.9㎏·m에 이른다.
20d R-스포츠의 엔진은 동급 경쟁차 차 중 가장 공격적으로 셋업됐다. 일반적으로 디젤은 가솔린보다 같은 속도에서 낮은 rpm(엔진회전수)을 유지하는데, 20d R-스포츠는 다소 높은 rpm을 유지하는 편이고, 가속 후 rpm 하강 속도도 느리다.
이 때문에 속도를 줄였다 재가속할 때 유리하지만, 연비면에서는 손해를 보는 편이다. 실제 각사가 공개한 연비를 보면, BMW 320d가 도심 16.4㎞/ℓ, 고속도로 22.1㎞/ℓ이고 벤츠 C220 블루텍이 도심 15.1㎞/ℓ, 고속도로 21.3㎞/ℓ인 반면, XE 20d R-스포츠는 도심 12.6㎞/ℓ, 고속도로 17.6㎞/ℓ로 경쟁차종보다 떨어진다. 정숙성은 전반적으로 뛰어난 편인데, 급가속시 3000rpm을 넘어가면 소음이 급격히 커진다.
개인적으로는 뒤이어 타본 20t 프레스티지가 훨씬 인상적이었다. 앞서 비교한 세 차종 중 최고출력은 20t 프레스티지가 가장 높고, 최대토크는 중간 수준이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차체의 밸런스다. 알루미늄을 75% 사용한 가벼운 차체에, 디젤 엔진보다 가벼운 가솔린엔진 덕에 차체 거동이 민첩하고 안정적이다.
드라이브 컨트롤은 기본/에코/다이내믹/윈터 등 4가지를 지원한다. 각 모드별 차이가 확실해 효과가 있다. 다만 센터콘솔에 버튼이 나열된 타입이어서 직접 보고 조작하는 불편함이 있다. 벤츠나 BMW는 변속기 왼쪽에 레버를 마련해 보지 않고도 조작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눈길이나 빗길 주행안전성을 높여주는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ASPC)이 돋보이는데, 이번 시승에서는 확인하지 못했다.
XE의 최상급 모델인 3.0 슈퍼차저는 이번 시승회에 마련되지 않았다. 최고출력 340마력의 강력한 성능을 기대했는데 만날 수 없어 아쉬웠다.
동급 가솔린과 디젤을 기준으로 가격을 보면 3시리즈는 4650만~5590만원, C클래스가 4790만~5670만원이고, XE는 4760만~5510만원이다. 후발 주자인 재규어가 BMW, 벤츠와 정면 대결하겠다는 의지를 가격 정책에서도 읽을 수 있다.
XE는 완성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X타입을 만든 메이커에서 나온 차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기술적 진보가 이뤄졌다. 이 탄탄한 기본기는 3시리즈, C클래스와 대적하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