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국회는 자의적 선거구획정인 게리멘더링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선거구획정위를 중앙선관위 산하 독립기구로 설치해 선거구획정 임무를 부여했다.
그러나 정개특위가 아직까지 선거구 획정기준 가이드라인조차 마련하지 못해 선거구 획정 작업이 더딘 상황이다.
현재 여야는 국회의원정수를 현행 300명으로 유지하겠다는 것만 정했을 뿐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비율 등을 놓고는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대립하고 있다.
사실상 정개특위가 원점에서 재가동한 셈이지만, 여야는 기존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선거구 획정작업은 제자리걸음 하고 있다.
실제 선거구획정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 등 3개 정당으로부터 선거구획정에 대한 3당의 입장을 들었지만 각 당은 기존 입장만 반복 했다.
우선 의원정수 문제와 관련,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국민 여론을 내세워 현행 300명 유지를 주장했지만 지역구 및 비례대표 의석 비율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새누리당은 헌법재판소의 인구편차 2대 1 조정 결정은 따르되 농·산·어촌 지역대표성 문제를 감안해 늘어나는 지역선거구만큼 비례대표를 줄이자는 주장을 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점차 늘려가야 하고 적어도 20대 총선에서는 현행 54석의 비례 의석이 감소해서는 안되며 지역구를 늘리는 것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정의당은 현행 의원정수 300명에 얽매이지 말고 비례대표와 의원정수를 늘려야 하며, 농어촌 지역대표성 약화를 막는다는 이유로 비례대표 의석을 줄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놓고도 새누리당은 선거일정이 촉박한 만큼 이번에 도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반면,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은 도입을 요구했다.
선거구획정위원들은 이날 대체로 권역별비례대표제 도입 및 비례대표 의원 감축 반대입장을 보였다.
이준한 선거구획정위원은 "농·산·어촌(출신)을 비례대표로 많이 추천하거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지역대표성이 많이 보완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조성대 획정위원도 "농어민은 비례대표를 통해 대표할 수도 있다"면서 "새누리당이나 새정치연합이 농촌지역 대표성을 강조하는 것은 결국 영호남 지역구 의석수를 확보해서 의석 독점을 꾀하려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차정인 획정위원은 "현행 선거구획정 논의의 최대 걸림돌은 현역 의원의 지역구 기득권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의견진술에 나선 각 정당 관계자들은 선거구획정위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임의로 정해선 안 되며, 이는 국회 권한이라고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이는 앞서 정개특위 여야 간사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획정위에 위임키로 잠정 합의했다고 발표한 것과 배치되는 발언이어서 또한번 논란이 예상된다.
이승진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은 "획정위가 제출한 지역선거구 획정안이 결과적으로 지역선거구 숫자를 결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것 또한 국회 입법 절차에 의해 확정되는 것이고 비례대표 의석수 또한 국회에서 논의될 입법사항"이라며 "획정위가 법률적으로 의원정수를 확정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김영재 새정치연합 수석전문위원도 "획정위에 지역구 의석 자체를 결정할 권한을 주는 것은 현행법 취지에 어긋난다"며 "여야 합의를 통해 의석 조절을 하면 되지만, 특별하게 의석수가 지정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지역구를 (현행대로) 246석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한표환 획정위원은 "획정위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정할 권한이 없다고 하는데 그럼 획정위는 마냥 (여야) 타협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은 선거구획정 기준을 정하는 중요 변수"라고 반박했다.
한편, 선거구획정위는 이날 국회 정개특위를 상대로 선거구획정안 국회 제출시한까지 4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구획정기준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