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종호기자= 주택시장에서 전셋값 상승이 매맷값과 분양 아파트 청약 경쟁률을 동시에 끌어 올리고, 이것이 다시 전셋값 상승폭을 넓히는 순환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전셋값과 매맷값이 각각 62주, 34주 연속 상승하며 서울 일부 자치구에서는 급기야 전세가율(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80%를 넘어섰다. 광교와 기흥 등 이른바 경부축을 중심으로 수도권 주요지역 청약시장에는 분양 때마다 수만명이 몰려 최고 청약경쟁률이 500대1을 넘어서는 단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면 부산과 경남, 대전 등 지방 일부 지역에서는 최근 단기간 공급이 몰리면서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어 공급 폭탄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3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 넷째주(24~28일)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0.09% 상승하며 34주 연속 오름세를 유지했다. 같은 기간 전셋값의 경우 0.25% 오르며 6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셋값이 주간단위로 1년 넘게 상승세를 멈추지 않으면서 매맷값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전셋값 상승세가 지소되면서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자치구도 등장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달 성북구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80.1%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전세가율이 80%를 돌파한 곳은 성북구가 처음이다. 성북구에 이어 강서구(77.8%), 동작구(77.4%), 서대문구(75.2%), 중구(75.2%), 관악구(75.0%) 등의 순이었다.
전세가율이 높아질 수록 전셋값 부담에 또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기가 수월해져 전세에서 매매 수요로 옮겨가는 현상이 가속화되는 경향이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며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이 증가, 전세 매물 부족으로 젠셋값 상승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매입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청약광풍도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 24일 중흥토건이 광교신도시에 분양한 ‘광교 중흥S-클래스’ 1순위 청약에는 1780가구 모집에 무려 6만9251명이 몰렸다. 평균 38.9대 1, 최고 539.05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낸 광교 중흥S-클래스는 1순위에서 전 주택형이 ‘완판’됐다.
포스코건설의 ‘기흥역 더샵’과 GS건설의 ‘광교파크자이 더테라스’, 호반건설의 ‘경북도청 이전신도시 호반베르디움 2차’ 등 이달 공급된 대부분의 단지들도 1순위 내에서 청약을 마감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신규 아파트 공급과잉에 따른 미분양 증가가 지속되며 우려를 낳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7월 말 전국 미분양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경남·대전·부산·충북 등 지방 주요 지역에서 미분양 가구수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분양물량이 집중됐던 경남 내 미분양이 3351가구로 전달(2450가구) 대비 36.8%(901가구) 늘었다. 이어 부산(1371가구)과 대전(1322가구)도 각각 38.9%, 69.5% 미분양이 증가했다.
실제 지난달 청약을 실시한 전국 87개 단지 가운데 모집 가구수를 채우지 못하고 미달된 단지는 29개로 전체의 3분의 1에 달한다. 청약 미달 단지가 20개을 넘어선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공급폭탄 수준의 물량이 나오고 있기에 경남과 부산 등에서의 미분양 가구 증가는 당연한 현상”이라면서 “여전히 과거보다 미분양 수치는 낮은 수준이지만, 올 연말까지 예년보다 많은 공급물량이 예정돼 있어 미분양 증가세가 지속되며 가격 하락 등의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공급과잉 우려 커지는 만큼 소비자들은 묻지마 청약 대신 선별청약을 통해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건설사들도 밀어내기식 분양을 자제하고 선별수주 등 공급전략에 변화를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