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과정에 이르기까지 태현(주원)과 여진(김태희) 사이를 흐르는 팽팽한 긴장과 신경전이 살아있었다. 신씨아(스테파니 리)를 통해 태현이 여동생 치료비를 포기한 사실을 알게 된 여진과, 대정그룹 아들 성훈(최민) 깊은 사랑에 빠졌던 여진의 과거 일을 듣고 자신감을 상실한 태현이 현격히 다른 서로의 위치를 새삼 실감하며 높다란 벽을 느꼈기 때문.
특히 여진은 한신그룹 상속녀의 위치를 빼앗긴 채 죽은 사람처럼 지내야 하는 현재에 불안감을 드러내며 태현과의 심리적 격차를 더 크게 벌리기도 했다. 성훈의 죽음과 그에 따른 자살 시도, 식물인간 상태로 3년을 지내다가 천신만고 끝에 깨어나 새 삶을 앞두고 있지만, 여진은 여전히 상처를 껴안은 체 조금도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과거 속에 사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칼을 빼든 것은 역시나 용팔이 태현이었다. 그는 이날 여진이 과거 상처와 대면할 수 있도록 성훈과의 비밀결혼식이 열리려던 성당으로 여진을 데려왔다. 현재를 살지 못하고 잃어버린 시간의 끝에서만 맴돌고 있던 여진에게 과거로 돌아가 한신그룹 상속녀로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자유와 선택을 제안한 것. 하지만 이 같은 제안 끝엔 여진의 새 출발에 함께하겠다는 태현의 속뜻이 숨겨져 있었고, 이에 여진이 화답하며 두 사람의 사랑도 비로소 시작될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이날 방송에서는 그간 숨겨져 있던 도준의 트라우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신그룹 장남이지만 서자 출신이라는 콤플렉스에 아버지의 유언을 무시한 채 여동생 여진을 계속 잠재운 악행과, 채영(채정안)을 사랑하기에 가신 집안으로부터 무시를 당하면서까지 결혼을 감행한 과정 등 도준의 사연은 이제까지 등장한 ‘용팔이’ 설정들에 이유를 제공하며 극을 풍성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