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앞으로 선뜻 의미를 알 수 없는 한자어나 일본식 표현이 민법에서 사라진다.
법무부는 민법의 주요 용어 133개와 문장 64개를 순화하는 등 조문 1057곳을 정비한 민법 개정안을 26일 입법예고한다고 25일 밝혔다.
'최고(촉구)', '통정한 허위의(짜고 거짓으로 한)', '몽리자(이용자)', '구거(도랑)', '언(둑)', '후폐한(낡아서 쓸모없게 된)', '해태한(게을리 한)' ,'인지(이웃 토지)', '폐색된(막힌)', '저치할(모아 둘)', '위기(소유권 양도의 의사표시)' '석조, 석회조, 연와조(돌·석회·벽돌을 사용한)' 등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 한자어도 개선했다.
'상당한(적절한)', '이의를 보류한 때에(이의를 단 경우에는)', '공연하게(공공연하게)' 등 뜻이 불분명하거나 '표의자(의사표시자)', '복임권(복대리인 선임권)'처럼 지나치게 축약된 용어도 쉽게 쓰기로 했다.
남성 중심적 표현인 '친생자'와 '양자'를 '친생자녀'와 '양자녀'로 바로잡고 '소송의 각하, 기각 또는 취하의 경우'는 '소가 취하, 각하되거나 청구가 기각된 경우'로 정확하게 바꿨다.
'당기 후의 일기를 경과함으로써(그 기간이 지난 후 다음 기간이 끝날 때에)', '처분 또는 변경함에는(처분하거나 변경하려면)' '권리의무에 변경을 가져오지 아니한다(권리와 의무를 변경시키지 않는다)', '상호 면접교섭할(서로 만나고 교류할)', '불족되는(부족한)' 등 어색하거나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도 다듬었다.
새 민법에는 원칙적으로 조문 전체를 한글로 표기했지만 '추인(追認)', '소급(遡及)', '부종성(不從性)'처럼 한글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 한자를 병기했다.
전체 1118조에 달하는 민법은 1958년 제정된 이후 57년 동안 일본식 표현이나 비문이 남아있었다. 때문에 법무부는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 11명이 참여하는 '알기 쉬운 민법 개정위원회'를 운영하고 국립국어원의 감수를 받는 등 재작년부터 개정작업을 해왔다.
법무부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본식 표현을 걷어내고 우리 법의 독자적 발전 성과를 반영했다"며 "민법이 명실상부한 '국민생활의 기본법'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