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사무장은 지난달 24일 "조 전 부사장이 기내에서 반복적으로 욕설하고 폭행해 공황장애 등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미국 뉴욕주 퀸스카운티 법원에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사건 당사자가 모두 한국인이고, 관련 자료와 증거 또한 모두 한국어로 작성됐기에 한국 법원에서 재판받는 게 편리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박 사무장이 산업재해를 인정받아 요양 중인 점도 각하 이유로 들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박 사무장이 근로복지공단에 각종 증거를 제출해 산재를 인정받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이미 스스로 피해구제 절차를 밟는 등 한국에서 피해 구제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박 사무장은 지난달 8일 '땅콩 회항' 사건으로 인한 외상후 신경증과 불면증을 산업재해로 인정받고 나서 보름 만에 미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
근로복지공단은 애초 1월 29일부터 7월 23일까지를 산업재해에 따른 요양기간으로 결정했으나, 박 사무장의 신청을 받아들여 내년 1월 7일까지 기간을 연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사무장은 소송을 내면서 "이번 사건으로 승객은 물론 관제탑·활주로 종사자 등 공항 측도 피해를 봤기에 뉴욕에서 재판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조 전 부사장 변호인은 "뉴욕공항에서 회항은 수없이 일어나는 일이고, 공항 측이 피해를 봤다는 주장을 박 사무장이 미국에서 재판받아야 하는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앞서 조현아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은 승무원 김도희씨가 제기한 소송에도 지난달 각하를 요청해 김씨 측이 9월 중순까지 반대 서면을 제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번 소송각하 요구는 단순히 ‘불편함’만을 고려한 행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하게 하는 제도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에서 손해배상은 ‘처벌’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손해배상 액수가 실제 피해액과 무관하게 엄청난 고액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사실상 피해자와 가해자가 가려진 지금 피해자 측인 박사무장과 승무원 김도희씨는 미국에서 재판을 받고 싶어 하고, 가해자 측인 조 전 부사장측은 한국으로 재판을 가져오고 싶어 하는 것이다.
한편,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의 각하 요청에 대해 박창진 사무장 측이 9월 중순까지 반대 서면을 제출하면 뉴욕법원이 양쪽 입장을 검토해 소송을 각하할지, 본격적으로 진행할지 결정하게 된다. 뉴욕법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