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가 심화되면서 미국 기업들의 실적 하방압력도 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 완화로 잠시 한숨을 돌린 미국 기업들은 달러 강세와 함께 중국발 위기로 또 한차례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분기별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을 통해 이번 어닝시즌에 중국의 경기둔화에 따른 실적둔화를 '심각하게' 우려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표적으로 엔진 제조업체 커민스는 2분기 중국의 굴착기 수요가 전년대비 34% 줄었다고 밝혔다. 목재 및 제지생산업체 와이어하우저도 중국의 건설시장 둔화에 따른 원자재 수요 감소로 제품가격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통신장비업체 주니퍼네트워크의 2분기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은 전분기 대비 3% 감소했다. 하지만, 중국을 제외할 경우 매출은 11% 증가한다. 이는 중국 성장둔화가 회사 전체 실적에 미치는 여파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많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미래 경제성장 전망을 부정적으로 판단하며 너도나도 실적 목표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화학기업 듀폰은 올 하반기 매출을 2~3%로 제시했다. 이는 앞서 제시한 5% 이상 목표치보다 하향조정된 것이다. 제너럴모터스(GM) 또한 올해 중국의 자동차 판매가격이 5~6%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앞서 GM은 중국내 매출이 3%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반도체칩을 생산하는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의 스티브 상히 CEO는 "중국은 과거 성장엔진으로 불렸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면서 "우리의 부진은 그 여파가 특정 부문은 물론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웰스 파고 증권에 따르면 미국 대기업들의 전체 실적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부분은 미미하다. 실제로 S&P 500에 편입된 기업 중 단 16개 기업만이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중국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거대한 인구와 급속한 중산층 확대, 기업환경의 자유화 움직임 등이 큰 경제적 리스크에도 미국 대기업들을 중국시장으로 유인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