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직하고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하게 낼 수 있는 영화들로 필모그래피를 채운 전도연. 다작을 하기보다는 꾸준한 활동으로 대중과 평단에 인정을 받아왔다.
올해는 ‘무뢰한’과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제작 티피에스컴퍼니)까지 두 작품이 개봉된 특별한 해이다. 배우 공유와 호흡을 맞춘 ‘남과 여’가 후반작업 중이라 잘하면 3편이 개봉될 수 있다.
‘협녀’는 칼이 곧 권력이던 고려 말, 왕을 꿈꿨던 한 남자의 배신 그리고 18년 후 그를 겨눈 두 개의 칼까지 뜻이 달랐던 세 검객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을 그린 액션 대작이다.
“개봉도 이렇게 가까운 적이 없었어요. 곧이어 ‘남과 여’도 있어, 사람들이 다작하니까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다 무거운 영화라 제가 제 모습을 보는 것도 힘이 들더라고요.”
전도연의 작품 선택 기준은 의외로 간단했다.
“저는 항상 상업적이고 흥행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영화를 보죠. 천만관객이나, ‘우와’할 정도의 흥행은 아니지만 진정성이 있으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협녀’ 같은 경우에는 이야기가 매우 격정적이고 액션도 많아 젊은 친구들이 무협을 잘 몰라도, 판타지 장르라고 생각하면 흥행도 잘 될 것 같아요. 기존 출연작들도 모두 감정적으로 ‘버스터’였던 것 같고요(웃음).”
이번에 전도연은 액션과 함께 맹인 연기까지 소화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욕심보다 제 한계를 넘어서는 게 있어서 그런 부분에서 힘들었다”면서 “큰 화면에서 봤을 때 제 실수가 극명하게 보여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회상했다.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김고은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되게 열심이었죠. 고통스러웠을 거예요. 자기 자신한테 집중해 집요하게 해내는 게 있었어요. 액션에 감정연기까지, 쉽지 않았을 때 욕심내는 모습에 지지하고 싶었어요. 해가 뜨면 촬영이 안되는 상황이었는데, 어느 순간 현장이 우선시되는 게 있었어요. (김)고은이에게 버거운 신이었기에 시간을 주고 싶었어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스태프들에게 바쁘더라도 고은이를 기다리라고 했죠. 저랑 공통적인 게 ‘은교’와 ‘해피엔드’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했고 ‘카운트다운’과 ‘성난 변호사’는 허종호 감독님으로 같고요. 저랑 닮았다고들 하시는데, 작품 선택에 있어 이야기를 쫓는 게 닮은 것 같아요. 저한테 왜 그렇게 힘든 작품만 하냐는 분들이 많은데 고은이도 그런 것 같아요.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할 나이인데도 시나리오를 쫓는 걸 보면 정말 대견하다고 생각해요. 김고은이 선택한 작품들을 보면서 응원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병헌 선배하고는 부담이 없었어요. 서로가 배려를 했죠. 그래서 더 편했고요. 오랜만에 다시 만나서 그런지 정말 좋더라고요. 현장에 고은이가 없을 때는 제가 막내일 때가 많았어요. 신선한 경험이었죠. 사극이라 분장을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새벽 4시에는 스탠바이를 해야 했는데, 숙소에서 다들 안 나가고 저만 일찍 나왔더라고요. 갔더니 제가 막내였어요. 이경영, 김태우, 문성근 등 다들 선배셨죠. 김태우 오빠하고는 ‘접속’ 얘기도 많이 했어요(웃음).”
차기작에 대한 질문에 전도연은 “가볍든 무겁든 다 제가 선택한 작품들”이라고 전제한 뒤 “공통점은 이야기다. 이야기가 좋으면 어떤 작품이든 할 것이다. 무거운 작품을 한다면 왜 또 무거운 작품이냐는 얘기를 듣겠지만 저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선택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래서 전도연이 출연한 작품은 항상 오래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