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은 ‘A’, 야권은 ‘B’, 롯데家 사태 해결책 ‘백가쟁명’

2015-08-1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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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민주노총, 청년유니온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1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사태를 계기로 재벌개혁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며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롯데그룹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촉발한 재벌개혁 논쟁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이 후속대책으로 내놓은 이른바 ‘롯데법’이 역외적용 한계 논란에 봉착한 데다, 시민사회단체 등에선 ‘순환출자 금지=재벌개혁 본질’ 등식에 반기를 들면서 논란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특히 애초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능성을 내비쳤던 정부여당이 ‘소극적 주주권’으로 한 발 후퇴하면서 자본시장법 개정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재벌개혁의 종착지인 소유·경영 분리는커녕 순환출자 금지를 통한 투명한 지배구조 개선도 용두사미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순환출자 금지, 롯데사태 해결책?…與野는 공방만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애초 여야가 제시한 롯데 사태의 후속대책의 핵심은 순환출자 금지였다. 2% 남짓한 지분으로 ‘A→B→C→D→A’ 방식을 통해 수백 개의 회사를 거느린, 오너 일가의 황제 경영의 고리를 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정책위원회가 하루 만에 이를 뒤집으면서 신규가 아닌 기존으로 확대하는 순환출자 금지는 사실상 난관에 봉착했다. 롯데뿐 아니라 삼성과 현대차 등 다른 재벌·대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이날 순환출자 금지 방안을 접은 새누리당을 향해 “대선 후보자 시절 경제민주화를 하겠다고 외친 박 대통령이 당선된 뒤 슬그머니 공약을 휴지통에 버린 것과 다르지 않다”고 힐난했다.
 

국회 본청. 롯데그룹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촉발한 재벌개혁 논쟁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이 후속대책으로 내놓은 이른바 ‘롯데법’이 역외적용 한계 논란에 봉착한 데다, 시민사회단체 등에선 ‘순환출자 금지=재벌개혁 본질’ 등식에 반기를 들면서 논란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문제는 순환출자 규제로 롯데 등 재벌·대기업 총수 일가의 지배구조가 투명하게 되느냐다. 앞서 롯데는 지난 2013년 9만5033개에 달하던 순환출자를 2년 만에 416개로 줄였다. 이 와중에 롯데그룹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다.

◆‘주주 만능주의’에 빠진 정치권…소유·경영 분리 어디로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내부에서 순환출자 금지를 재벌문제의 본질로 볼 경우 또다시 재벌개혁이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와 관련, “가공자본 창출 효과는 순환출자의 경우에만 문제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형태의 계열사 출자에 다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100% 완전자회사 출자 방식이 아니라면, 다단계 출자(pyramiding)를 통해 자본 대비 회사 지배 비율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정치권의 순환출자 움직임과 관련해 “대기업 지배구조 문제인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 기업 상장 및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라면서도 “순환출자 금지와 재벌·대기업의 소유경영 분리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순환출자 규제가 재벌개혁의 물꼬는 틀 수 있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의미로 보인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정치권의 사후약방문식 처방도 논란거리다. 롯데 사태 발발 이후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 새정치연합 의원은 일명 ‘롯데 해외법인법’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순환출자 금지를 해외계열사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상 정보공시 의무는 국내 대기업의 국내 계열사에 해외현지법인에 투자한 경우에 한하고 있다. 해외현지법인이 국내 계열사에 투자하는 경우 정보공시 의무에 한계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정보공시 의무가 없는 상황에서 해외계열사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느냐’라는 반론에 부딪힌 셈이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도 문제다. 야권은 연일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 등 주주권한 확대 방안인 ‘주주 행동주의’를 고리로 정부여당을 압박하지만, 일각에선 주주 만능주의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투기적 심리가 강한 주주들의 권한이 강화가 곧 재벌개혁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일각에선 노동조합 구성원의 경영권 참여를 요구하지만,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 교수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지만, 지금 시점에 시급한 과제인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재벌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한 이유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me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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