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기조 속에 성장동력원이 고갈되고 있는 한국 산업의 기존 틀을 깨고 혁신을 추구함으로써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하는 창조경제의 지향점은 높은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얼마나 강력한 실행력으로 지속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느냐다.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산업 구조가 변화하는 뉴노멀 시대에서 한국은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제조업은 또한 유형자산 비중이 높아 불황 속에 비용을 줄임으로써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도 적다는 지적이다. 즉,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경제 체질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창조경제는 이같은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려 한다. 대기업이 벤처‧중소기업의 멘토 역할을 하고 벤처기업의 혁신 아이디어를 채택함으로써 지식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한편, 창업 확대로 고용이 증대되는 등 경제 선순환을 꿈꾸는 창조경제는 최근 한국 산업이 처한 문제들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창조경제의 선봉에 선 혁신센터들은 “미래 산업을 리드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끌어 모을 용광로가 되겠다”며 기치를 세웠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창조경제는 산업 간의 경계를 허물어 기술과 지식의 창의적 융·복합을 이끌어 냄으로써 신시장을 개척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가는 새로운 경제성장 패러다임”이라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신시장 개척과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갖추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기업-벤처 윈윈 생태계 조성
글로벌 상품시장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장보다 개별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 정보통신(IT) 기술의 발전으로 시장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 위주로 성장해온 한국경제는 기존 사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사고의 틀에 얽매여 유연하고 창의적인 미션에 약점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다양한 소비자 니즈에 맞춰 패션 아이템처럼 다품종 소량화 되고 있는 IT 디바이스 기반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에 익숙한 한국 대기업들은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창조경제는 이러한 부분을 극복해줄 중소‧벤처 산업을 육성함으로써 대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지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삼성, SK, LG그룹 등 혁신센터의 멘토 기업들은 중소기업, 벤처들에 특허를 개방하고 나섰다.
삼성, SK, LG의 경우 전자, 통신, 에너지, 바이오, 뷰티 등 관련 특허 8000건을 무상으로, 8만2747건은 유상으로 개방했다.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관련 특허 1400건을 무상으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등 조선사는 2500건의 연관 특허를 공개했다.
재계 관계자는 “창의력이 떨어지는 소위 ‘대기업의 함정’은 중소 벤처의 창의력을 채택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대기업이 벤처 육성에 적극 나서고, 벤처 창업이 활성화되면 고용이 늘어나 내수도 살아나는 경제 선순환이 발생하게 된다”고 기대했다.
◆대기업 신사업 투자 국내 유치
대기업이 지속가능성장을 위해 개발하고 있는 신성장동력 산업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중소업체들과 협력하는 발전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삼성(대구·경북), 현대자동차(광주), SK(대전·세종), LG(충북), 롯데(부산), 포스코(포항), GS(전남), 현대중공업(울산), 한진(인천), 한화(충남), KT(경기), 두산(경남), CJ(서울), 효성(전북), 네이버(강원), 다음카카오(제주) 등 각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 16개 멘토 기업들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2017년까지 총 136조원을 투자한다.
△태양광 발전·바이오에너지 등 친환경에너지 개발에 약 17조 원 △사물인터넷·스마트카 등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에 약 12조 원 △2차전지·탄소섬유 등 신소재 분야에 약 11조 원 등이다.
삼성은 전자, 바이오, 2차전지 등의 분야에, 현대자동차는 친환경자동차, 스마트카 등 미래자동차 분야에, LG는 에너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의 분야에, 한화는 방산·화학 및 서비스, 태양광 사업 확대에, GS와 한진은 친환경 발전, 고효율 항공기 도입에 각각 투자할 계획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 관계자는 “한국의 창조경제혁신센터 모델은 해외서도 부러워한다”며 “중국의 경우 삼성의 반도체 공장이 들어오기 전과 후가 많이 달라졌음을 느끼고, 그만큼 성공 DNA를 섞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