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바꾼 '롯데 경영권 분쟁', 신동주 전 부회장 행보에 관심

[지난달 29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KBS영상 캡쳐]

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권 다툼이 일본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을 해임하려다 실패한 후 입국한 신 전 부회장이 9일 만인 지난 7일 다시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동생과의 분쟁을 일본 현지에서 해결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반 신동빈 세력' 다지기에 주력했던 신 전 부회장이 일본에 머무는 동안 어떤 카드를 꺼낼지 제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에서도 운신의 폭이 좁아 보인다. 일본 롯데 계열사에서 해임되거나 스스로 물러난지 이미 반년이 넘게 흘렀고, 당시 사유도 형제 간 분쟁이 아닌 부족한 경영능력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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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신 전 부회장은 한일 롯데 지배권의 정점에 있는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동생과 한 판 승부를 펼치거나 소송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신 전 부회장이 이번주에 롯데홀딩스 주총 소집을 요구한다면, 이달 안으로도 개최가 가능할 수도 있다. 일본 상법상 전체 지분의 3% 이상 소유한 주주가 이사회 개최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롯데쇼핑(백화점) 일본어 사이트에 나타난 정관에는 주주들에게 주주총회 개최 2주 전에 안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일 이같은 정관을 일본 롯데홀딩스도 동일하게 적용한다면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개최될 공산이 크다.    

반면 신동빈 회장은 느듯한 입장이다. 오히려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장악한 이상 지지세력을 더 결집시킨 뒤 주총을 열어 최종 승리를 일궈내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주총에서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법적 공방은 불가피해 보인다. 

신동주·동빈 형제 모두 광윤사와 우리사주 등 대주주의 지지를 확보했다며 표 대결 승리를 장담하면서도 만약에 패할 경우 소송을 통한 2차전을 공론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행에 앞서 국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신 회장이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과 상의도 없이 L투자회사 12곳의 대표이사로 등재한 것과 관련해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밝혀 이와 관련한 소송도 예상된다.

신 총괄회장을 밀어내고 법인 대표 변경 등기를 하려면 일본 법무성 법무국에 이사회 의사록, 등기신청서 등을 내야 하고 해당 신청서에 신청 당시 대표 의사의 서명과 법인 직인을 필요로 하는 데, 신 총괄회장의 동의가 없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있다는 게 신 전 부회장의 주장이다.

이런 주장에 대한 반론도 있다. 우리나라 이사회의 경우 이사회 정원 과반수 이상의 출석과 과반수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대표이사를 교체할 수 있다. 물론 이사회 의장도 임시로 선임할 수 있다. 신 총괄회장을 비롯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7명 중 과반수인 4명만 출석해도 가능한 일로 소송을 벌여도 헛수고에 불과할 것이고 일본 법무국이 관련 내용의 확인 없이 허가해주기 만무한 일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을 겪은 많은 기업들이 했던 것처럼 가족 간에 각종 소송전이 난무할 것"이라며 "이는 곧 사태가 장기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