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윤 작가의 두 번째 靑사진 프로젝트로 상실에 기반한 개인의 경험과 기억을 중심으로 경계가 불분명한 인간의 반(半)의식 상태를 셀프 포트레이트를 통해 드러낸다. 이러한 주제의식과 작업방식은 초기작 ‘blossom’(2005)으로부터 최신작 ‘빌린 이야기’(2013-)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각각 꿈과 현실을 배경으로 하는‘At night’(2010-2012)과
‘At night’은 외부와의 갈등과 충돌에 의해 상처 입은 자아의 모습과 상처가 드러나지 못하도록 억누르고 있는 또 하나의 자아를 교차시킨다. 작가는 인적 없는 어두운 밤을 배경으로 정신적 외상을 상징하는 붉은 얼룩을 입은 소녀와 흰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로 분하여 분리된 두 자아를 연기한다. 각기 다른 옷을 입은 같은 얼굴의 두 소녀는 선명한 물리적 분리를 보이지만 내면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이러한 의문은 언제든 서로 옷을 바꿔 입고 서로의 상황을 전복시킬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조성한다. 어두운 밤은 서로 다른 두 개의 자아를 만들어내지만 결국 하나의 개체를 공유하는 두 자아의 경계는 희미해진다. ‘At night’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 내면의 충돌과 갈등을 무의식이라는 가상의 세계를 통해 형상화한다. 이 형상화는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 실체와 비실체, 현실과 꿈의 경계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내면을 형상ㆍ상징화 시킨 ‘At night’이 의식과 무의식에 대한 정신적 해석을 반영했다면 ‘빌린 이야기’는 현실에서의 시각적 해석을 반영한다. 이렇듯 각각 꿈과 현실을 배경으로 서로 양극화 된 스타일을 보여주지만 두 작업은 두 의식 세계의 불분명한 경계에 초점을 맞춘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At night’은 붉은 얼룩과 흰 원피스라는 상징물을 통해 분리된 자아를 표면화 했다. 하지만 사진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같은 얼굴’과 흰 원피스 소녀의 ‘빨간 구두’는 분리 속에 남겨진 결정적 단서들로 물리적 분리의 모순을 말한다. ‘빌린 이야기’ 역시 천장에 관한 작가의 퍼포먼스를 통해 현실과 꿈에 대한 중의적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이 해석들은 천장 중간의 단절된 선들에 대한 시선으로 이어지며 관람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인간의 본래적 요소로 다루어지는 의식과 무의식은 ‘인식’을 경계로 각각의 영역을 구분 짓는다. 하지만 우리는 이처럼 분명한 개념 정리와 달리 실재하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한다. 어쩌면 영화 ‘인셉션’의 대사처럼 우리가 꿈의 시작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일일 것이다. 윤아미는 이러한 어렴풋한 감정과 기표로써만 전달되었던 의식과 무의식을, 사진을 통해 본인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기의화 시킨다. 그리고 이 방법론은 두 의식이 상망(相望)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분분하게’ 존재한다라는 것을 보여준다. 셀프 포트레이트라는 작업 방식을 토대로 인간의 본질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는 윤아미의 작업은, 뷰 파인더를 통해 대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바라본 대상을 뷰 파인더로 옮겨 내는 행위로서, 인간 본질에 관한 탐구를 이어갈 것이다.
경성대학교 사진학과(04학번)를 졸업한 윤 작가는 2014년 대구 사진비엔날레 포트폴리오 리뷰 ENCOUNTER IV 우수작가 4인 선정 및 제1회 한국 사진학회 우수사진상 3인에 선정되었으며, 올해는 스위스 취리히의 Christophe Guye Galerie에서 그룹전시 및 작품소장이 되었다.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BMW Photo Space는 고은사진미술관이 후원하고, BMW 동성모터스에서 운영하는 사진전문갤러리로서 다양한 국내외 기획전시를 통해 한국사진의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올해 1월 개관하였다. BMW Photo Space는 한국의 신진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靑사진 신진작가 지원 프로젝트’와 해외의 새로운 사진경향을 소개하는 ‘해외 신진작가 교류전’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시를 기획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