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이번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나친 욕심때문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1941년 만 19세에 일본에 건너갔다. 남다른 노력으로 한일 양국에서 거대 기업을 만들 정도로 자수성가한 만큼 사업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실제로 2011년 2월 신동빈 당시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는 과정에서 롯데그룹은 신격호 당시 회장을 위해 '명예회장' 대신 '총괄회장'이라는 생소한 직함을 만들었다. 당시 '명예'라는 단어가 현역 은퇴를 뜻하는 느낌을 풍기기 때문에 찾은 대안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이후에도 신 총괄회장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보고를 직접 받고, 숙원으로 알려졌던 제2롯데월드 타워동 건설 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등 건재함을 과시했다.
두 아들이 모두 환갑을 넘겼지만 정식으로 후계자로 지목된 이는 없었다. 일본 롯데는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경영한다는 암묵적인 결정만 있었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두 형제의 지분이 비슷해 작은 변화에도 쉽게 어긋날 수 있다고 꾸준히 경고해왔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등을 보면 한국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신 회장이 13.46%, 신동주 전 부회장이 13.45%를 갖고 있다. 롯데제과는 신동빈 5.34%·신동주 3.92%, 롯데칠성음료는 신동빈 5.71%·신동주 2.83%, 롯데푸드는 신동빈 1.96%·신동주 1.96%로 지분율이 비슷하다.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와 광윤사 역시 형제가 비슷한 규모의 지분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 총괄회장은 외형적으로 두 아들에게 비슷한 수준의 지분을 나눠줬다. 하지만 뒤에서는 상당한 우호지분을 확보, 밀실 경영을 펼쳤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신 총괄회장은 전체 그룹 주식의 0.05%만 갖고 있다. 신 회장 등 일가의 보유 주식을 모두 합쳐도 지분율이 2.41%에 불과하다. 롯데호텔의 지분을 상당히 소유하고 있는 L투자회사의 실제 소유주는 신 총괄회장로 알려졌다.
기업공개를 싫어하는 경영방식 때문에 2013년 기준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 37곳 가운데 상장된 기업은 단 한곳도 없다. 폐쇄적인 신 총괄회장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은 신 총괄회장은 일가 전체의 낮은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얽히고 설킨 400여개의 순환출자로 계열사를 거느리며 황제경영을 펼쳐왔다.
전근대적인 운영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일본 롯데홀딩스 본사에서 신 회장을 비롯한 6명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해임한 것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환갑을 넘긴 신동빈 회장을 때렸다는 증언까지 나오면서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아버지 말 한마디에 지금까지 쌓아 온 모든 노력을 한순간 내놔야 하는 상황이라면 누가 갈등하지 않겠냐"며 "지금까지 이런 갈등이 분출되지 않은 것은 단순히 맞는 것을 넘어 더 치욕적인 일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