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 별세] 60년 지기 박희태 "뭘 그리 빨리 갔나" 애통

2015-08-04 17:57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아직 70대밖에 안됐는데 뭘 그리 빨리 갔나. 나는 한마리 짝잃은 거위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4일 '영원한 맞수'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의 별세 소식에 "참 오랫동안 티격태격하면서도 잘 지냈는데 섭섭하고 쓸쓸할 따름"이라면서 애통해 했다.

이날 문자메시지로 '60년 지기'였던 박 전 대표의 별세 소식을 접했다는 박 전 의장은 "당장 오늘 오후에 빈소를 가보려고 한다"면서 거듭 "그 친구, 뭘 그리 급했는지 참…"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4일 '영원한 맞수'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의 별세 소식에 "참 오랫동안 티격태격하면서도 잘 지냈는데 섭섭하고 쓸쓸할 따름"이라면서 애통해 했다. 사진은 2012년 2월 9일 차기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의 모습. [사진제공=새정치민주연합]


1938년생 동갑내기에 서울대 법대 동기생인 박 전 의장과 박 전 대표는 1961년 고등고시 13회 사법과 합격, 1988년 13대 총선 당선, 당 대변인, 법무부 장관, 당 대표를 거치는 등 놀라운 정도로 닮은 점이 많은 정치인이다.

두 사람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난 것도 공교롭게 같은 날이었다.

지난 2012년 2월 9일 박 전 의장은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의장직에서 사퇴했다. 이날 박 전 대표도 젊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러난다면서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었다.

박 전 의장은 "그 친구와는 참 인연이 지긋지긋할 정도로 많았다"면서 "최근에는 잘 만난 일도 없고, 전화통화도 거의 한 적이 없었지만 늘 가까이 있는 친구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특히 명 대변인으로 꼽히던 박상천 전 대표에 대한 재미난 에피소드도 전했다. 

박 전 의장은 "내 자랑 같지만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평민당 시절에 '박희태 같은 대변인 없나'라고 말해서 당 대변인으로 발탁된 게 박상천이었다"면서 "그래도 그 친구가 검사 시절에는 '나뭇잎을 모두 떨어뜨린 뒤에 마당을 쓸 듯'이 철저하게 수사를 해서 그 점은 내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또 "한창 정치할 때 나는 술을 많이 마셨고 그 친구는 참 담배를 많이 피웠다. 하루에도 몇 갑을 피웠던 거 같다"며 "정치협상을 하러 저녁에 만났을 때 나는 술을 계속 마시고, 그 친구는 계속 담배만 피워댔다"고 떠올렸다.

이어 박 전 의장은 약 1년전 서울법대 동기동창 모임에서 박 전 대표를 마지막으로 만났다고 전했다.

박 전 의장은 고인이 생전에 한 말에 대해 묻자, "그 친구 재미있는 말은 할 줄 모르는 친구여서…"라며 "논리정연한 말은 잘했는데 유머러스한 말을 잘 못했다"라고 전했다.

경남 남해 출신의 박희태 전 의장과 전남 고흥 출생의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는 각각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 핵심으로 영호남 지역간 '남남 갈등' 속에서도 막역한 친구로 지내 정계의 부러움을 샀다. 

특히 지난 1997년 대선 당시 두 사람의 담판으로 여야 후보였던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의 TV토론을 성사시킨 일화도 유명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