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일 귀국했다.
신 회장은 이날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공개한 자신에 대한 해임 지시서는 "법적인 효력이 없는 소리(문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체류 기간 동안 어머니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와도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때문에 재계는 신 회장이 들고 온 '회심의 카드'가 무엇인지 촉각을 집중하고 있다.
재계는 '롯데'라는 하나의 이름에 두 개의 별도 법인을 운영하는 '투 롯데'의 구조를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지난달 15일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 겸 부회장으로 선임되기 전으로 돌아가는 방안이다. 한국과 일본을 완벽하게 분리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지배구조 문제를 먼저 해소해야 한다.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해임된 이후 신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72) 사장 '투톱 체제'로 전환됐었다.
◆ 출자구조 해소한 후 '두개의 롯데'가 해법
장남 신 전 부회장이 지휘한 일본롯데는 한국보다 일찍 출범했지만 규모면에서는 현저하게 작다. 때문에 경영 능력을 중시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은 신동빈 회장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실제로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는 2013년 기준으로 한국 롯데그룹의 절반도 안 되는 37개다. 매출도 한국 롯데그룹이 83조원인 반면 일본 롯데는 5조원에 그쳤다. 일본롯데의 주력상품인 '껌'도 시장 침체로 매출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도 지난 3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진행했던 투자 안건이 수억 엔의 예산을 초과하는 등 회사에 손해를 줬다'라고 인정했다.
일각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최근 추진했던 껌 리뉴얼 등에서 성과를 내지 못해 아버지의 신망을 잃었다는 얘기도 흘러 나왔을 정도다.
◆ 신동빈 회장의 솔루션 제시해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의 요구로 신 회장이 대표이사에 선임됐지만 결과적으로 경영권 쟁탈전의 단초를 제공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설득하면서 사태가 커졌다.
때문에 이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 신동빈 회장의 손에 달렸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방안은 신 회장이 아버지와 형의 자존심을 세워주면서 동시에 자신도 실리를 택하는 것이다.
신 총괄회장은 과거와 같이 한국과 일본 모든 롯데에 영향을 행사하면서 대외적인 입지도 높일 수 있다. 신 전 부회장도 예전처럼 일본롯데를 경영하면서 자신의 꿈을 다시 한번 키워볼 수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달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의 "히로유키(신동주 전 부회장)씨는 일본, 아키오(신동빈 회장) 씨 한국이라는 형제의 분업체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내 몫은 그렇다고 생각했고 불필요한 참견이나 사업에 손을 대거나 하지 않으려 했다. 단지 아키오(신동빈 회장) 씨는 다른 것 같다"고 말을 해 이런 상황을 방증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도 굳이 일본 롯데에 신경 쓰지 않고 한국롯데만 챙긴다면, 사세를 더 확장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복안에도 이번 사태로 들어 난 롯데그룹의 전근대적인 지분 구조에 정확한 조정과 1인 중심의 비정상적인 경영은 반드시 변해야 한다는 전제가 뒤따라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롯데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귀국 후 기자회견 중 '롯데는 한국 기업이며 매출의 95% 이상이 한국에서 발생한다'라고 밝힌 것을 예로 들며 "신 회장이 저조한 일본 롯데를 살리기 위해 힘을 낭비할 필요 없이 일본과 한국 롯데가 제각각 갈 길을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