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형제 간 싸움'이 '신동빈 vs 반 신동빈' 간의 세력 다툼으로 확대되면서 가족을 비롯한 가신들의 '줄 서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룹을 비롯해 계열사 임직원들도 술렁이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오너 일가의 치부가 드러났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계열사 CEO를 비롯해 고위 임원들은 돌아가는 판세를 정확하게 읽어 내기 위해 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신격호 일가족의 편가르기는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다.
형제의 난을 일으킨 신동주 전 부회장의 절대 지지 세력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신격호 총괄회장과 지난달 27일 직접 일본 롯데홀딩스를 찾아가 '1일 천하'를 꿈꿨던 4명이다.
장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73)과 신영자 이사장의 맏딸 장혜선 씨(46), 신격호 총괄회장의 셋째 동생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82), 5촌 조카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대행(69) 등이다.
이 가운데 신선호 사장이 가장 강성으로 알려졌다. 신 사장은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나 "신동빈 회장에게 회사를 탈취당했다고 여긴다"며 "후계자는 신동주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신 총괄회장의 의중을 전하기도 했다.
신 이사장과 신 구단주 대행은 직·간접적으로 중립이라고 소개됐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 측은 "중립이면 말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되는데 뭐 하러 그 이야기를 했겠냐"며 "이번 사건의 주모자는 신영자 이사장"이라고 단정했다.
◆ 신동빈 회장의 사람들…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과 임원
신동빈 회장 편에 선 사람들 가운데 현재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는 인물은 5명의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이다.
쓰쿠다 다카유키(72)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을 중심으로 한 이들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쿠데타를 무력화시키고, 오히려 신격호 총괄회장을 해임하면서 의기투합했다. 특히 쓰쿠다 사장은 '원 롯데 원 리더' 기치를 처음 내건 인물이다.
국내 아군으로는 황각규(60) 정책본부 운영실장과 이인원(68) 부회장 등이 있다. 또 신 회장과 뜻을 함께 해 온 롯데 임원진과 직원들도 든든한 '후원자'라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 안갯속 캐스팅보트…시게미쓰 하쓰코 여사와 서미경 씨
신동주·동빈 형제의 친모인 시게미쓰 하쓰코(88) 여사와 세번째 부인인 서미경(57) 씨는 이번 분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는 광윤사 지분의 상당 부분을 직접 소유하고 있거나 그의 친척이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하쓰코 여사는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기 시작한 지난달 30일 입국했다. 이후 신 총괄회장의 숙소 겸 집무실이 있는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 이틀간 머물다 출국했다. 따라서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에게 어떤 입장을 전달했는지 주목되고 있다.
일본에 돌아가서는 차남을 만났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신 회장이 3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통화만 했다"며 대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하쓰코 여사가 경영 성과가 좋고 일본 귀족 가문 여성과 결혼해 한국과 일본에서 탄탄하게 기반을 갖춘 신동빈 회장을 지지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때문에 그가 입국할 당시에는 신동빈 회장의 의견을 신 이사장 등 반 신동빈 세력에 전달하러 온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돌았다.
베일에 쌓인 또다른 인물은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인 서미경 씨(57)다. 1970년대 활동했던 영화 배우이자 제1회 미스 롯데 출신인 그는 슬하에는 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을 두고 있다. 서씨는 아직까지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