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이스라엘에서 열린 성(性) 소수자 행진에 참여했다가 극단적 정통파 유대교 신도의 흉기 난동으로 다친 6명 가운데 10대 소녀가 사흘 만에 결국 숨졌다.
BBC, 가디언, A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예루살렘에서 진행된 ‘게이 프라이드(동성애자의 자긍심)’ 행렬에서 초정통파 유대교 신도가 휘두른 흉기에 등과 가슴, 목을 심하게 찔려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시라 반키(16)가 2일(현지시간) 사망했다. 시라는 그의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 친구들을 지지하기 위해 이번 행렬에 참여했다고 현지 신문 하레츠가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사고 이후 즉각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 남성과 여성은 무엇이든 선택할 자유가 있고 과거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우리는 그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흉기 난동이 발생한 다음날인 31일 오전 4시쯤에는 극우 이스라엘인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괴한들이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민가에 불을 질러 잠을 자던 생후 18개월 된 아기가 숨지는 참극이 발생했다.
팔레스타인 당국은 이 사건을 ‘전쟁 범죄’라고 규정하며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뜻을 내비쳤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도 이스라엘 군인과 정착촌 거주자들을 표적으로 삼겠다고 공언해 이미 형성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긴장감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이스라엘 대도시 텔아비브와 예루살렘 등 주요 도시 곳곳에서는 수천명이 거리로 나와 극우 유대인들의 증오범죄를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2일 오전에는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이슬람교 성지인 예루살렘의 알악사 사원에서 이스라엘 경찰과 맞서는 등 주말 여러 도시에서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두 사건을 비난하면서 특히 방화사건을 ‘테러’라고 단정한 뒤 이런 행위에는 ‘무관용’으로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근대 문명을 거부하고 율법을 곧이곧대로 실천하는 초정통파 유대교가 동성애에 적대적인 반면 이스라엘은 1988년 동성애 성행위 금지법을 폐지하는 등 동성애 권익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