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 내년 한국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미국 내 한인사회 일부 인사들의 움직임이 바쁘다. 한국 정치인들이 미국에 오면 만사 제쳐두고 달려가 눈도장 찍고, 한인사회 행사 등을 통해 언론에 얼굴 한번 더 나오려고 경쟁이 치열하다. 거의 모두 미국 국적인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한국 국적 회복까지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움직임은 내년 한국 총선에서 재외국민 몫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배정받기 위해서다. 미주 한인사회에서는 내놓고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한국 비례대표 의원직에 ‘대망’을 품고 있는 소위 ‘한인사회 유지’가 한둘이 아니다.
이들은 각 당에서 형식적으로 한 명 정도 당선권 밖에 배치하는 수준이 아닌 재외 한인들의 수에 비례해 많은 의석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약 20만명 당 한명의 지역구 의석을 배분하고 있으니 약 250만명으로 추산되는 재외국민에 대해 12석 이상의 의석이 배분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그런데 지난 7월 말 워싱턴, 뉴욕 등지를 방문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한 비례대표 공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이는 단순히 야권의 정책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재외국민 비례대표의 도입 및 확대가 사실상 어려운 한국 정당정치의 현실을 솔직히 밝힌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한국 선거의 투표에 참여하는 재외국민이 너무 적어 이들이 선거 승리에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총선때 총 재외국민 투표등록자 수는 12만 3000여명에 불과했다. 총선에서 지역구 한 곳의 유권자 수에도 못 미친다.
일부에서는 현재 한국 야권에서 추진 중인 국회의원 수 확대에 따라 비례대표 수도 증가하면 재외국민 몫이 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그렇게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일단 한국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은 이미 새누리당이 반대 당론을 정한 상태이므로 사실상 물 건너갔다.
현재 비례대표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한국 국회의 비례성과 대표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즉 인구에 비례한 의원 수가 적고, 각 지역 인구편차 등에 따른 대표성이 부족하니 비례대표 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재외국민의 한국선거 투표 참여 수준은 이런 비례성, 대표성에서 감안해야 할 이유를 제공하지 못한다.
한국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한국 국적자들보다 미국 시민권자 등 외국 국적의 한인들이 더 많으니 이들을 대표하는 한국 국회의원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하지만 투표권도 없는 외국인들을 위해 한석에 따라 정권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의석을 나누어 줄 무슨 이유가 있겠는가?
이처럼 현재 한국 정당정치의 현실, 나아가 기본적인 정치원리에 따라서도 한국 정치권이 재외국민 비례대표를 보장한다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지금처럼 재외국민의 투표참여가 매우 저조한 상황이라면 한국 정치권에서 재외국민에게 의석을 배분해야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