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롯데에 불어닥친 경영권 분쟁 양상이 바뀌고 있다.
당초에는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vs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형제 간의 다툼이었지만 이제는 전선이 '반 신동빈 세력 vs 신동빈'으로 확대됐다.
벼랑 끝에 몰린 신 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을 이해시키고, 누나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도 타협을 이뤄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달 27일 사태 이후 28일 임시 이사회를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을 전격 해임했다. 28일에 신 총괄회장과 29일 신 전 부회장이 귀국한 후에도 몇 번에 걸쳐 귀국 시기를 조율했다. 모종의 대응책 마련을 위해 귀국을 늦췄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실제로 신 회장은 어머니인 시게미쓰 하쓰코와 작은 아버지인 신선호 산사스(일본 식품회사) 사장이 할아버지 제사를 위해 한국에 모였지만 참석하지 않고 일본에서 주주총회 표 대결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홀딩스 이사진 등과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반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귀국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관되게 동생(신동빈 회장)을 쫓아낼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며 "앞으로 있을 주총에서 이사 교체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3일 연속 국내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신 총괄회장의 서명이 담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들에 대한 해임 지시서, 신 전 부회장의 한국롯데 회장 임명서, 신 총괄회장의 육성 파일 등을 전격 공개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경영권과 전혀 관련 없는 분들에게 차단된 상태에서 만들어진 지시서나 녹취 등은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하며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롯데 경영 전반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할지라도 상법상 원칙을 벗어난 의사결정까지 인정될 수는 없다"고 평가 절하했다.
한편, 양 측의 공방이 거세지면서 이를 지켜보는 롯데그룹 관계자들의 가슴은 멍들어 가고 있다. 1주일간 지속된 오너 일가의 폭로전에 부끄럽다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롯데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10월 확정될 롯데면세점 특허 재획득을 비롯해 롯데월드타워 완공, 한창 진행 중인 대 중국 사업, 베트남·러시아 M&A 등 글로벌 사업들이 롯데 오너 일가의 신경전으로 답보 상태"라고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국민들 역시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인터뷰 한 신동주 전 부회장을 비난하며, 불매운동 전개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여기에 불투명한 기업 지배 구조, 창업주의 독단적인 황제경영 등 그동안 베일 속에 감춰져 있던 롯데그룹의 전근대적인 경영행태도 이번 사태로 도마위에 오른 실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집안 문제를 외부에 공개하는 등 롯데그룹 오너 일가는 치부를 드러내고 있다"며 "더 이상의 기업 이미지 실추를 막으려면 창업주 일가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